난치병 앓고 있는 싱글맘 김미경씨…병원비 등 막막하지만 희망 잃지 않아

   
 
  ▲ 난치병을 앍고 있는 김미경씨(오른쪽)는 건강을 되찾아 딸과 함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조성익 기자  
 
"힘들지만 얼른 나아야 주은이랑 뽀뽀도 하고…"

병원 병실에서 만난 김미경씨(33·여)가 힘들게 아이 이야기를 꺼냈다. 감염을 막기 위해 쓴 마스크 위로 눈물이 번진다. 아이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메인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3살배기 주은이를 위탁가정에 맡겼다. 면역력이 떨어진 김씨에게 감기에 자주 걸리는 주은이가 '위험할 수 있다'는 병원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를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말 그대로 생이별이다.

김씨는 "태어날 때부터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아토피를 가지고 있는 주은이를 직접 돌보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혼이란 쉽지 않은 결정 후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 김씨 모녀에게 아픔이 시작된 것은 지난 1월 19일.

가벼운 빈혈로만 알고 병원을 찾은 그녀에게 담당의사는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빨리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

김씨의 치료 차트에는 '재생불량성 빈혈'과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다반증'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병명이 적혀있다.

평소 감기 한번 심하게 걸리지 않았던 그녀였던 만큼 충격은 컸다.
자신이 아프다는 상황보다도 이제 아이는 누가 키우나, 돈은 어떻게 마련하나 등 온갖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이를 위해 살기를 선택한 그녀에게 지금은 치료비로 사용한 카드빚 수백만원이 남겨져 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카드명세 내역에 김씨는 이제 울 기운도 없다.

오는 8월까지 상태를 지켜본 뒤  2주일에 한번씩 서울로 올라가 정밀진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김씨의 어깨를 무겁게만 한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면서 뒤늦게 시작한 사회복지사의 꿈 역시 잠시 접어야만 했다. 평소 남을 도와주는데 아낌이 없었던 그녀였지만 무엇보다 주은이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었던 김씨는 끝내 휴학을 선택했다.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리던 어머니 양춘옥씨(56)는 딸의 간호를 위해 일을 그만둔지 오래다.

어머니 양씨는 "그나마 행정에서 일부 치료비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사정이 좋지 않다"며 "골수이식에만 최소 4000만∼5000만원이 들고, 앞으로도 치료비가 더욱 늘어난텐데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골수이식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어머니, 동생 등 가족의 골수는 불행하게도 김씨와 맞지 않았다.

혈소판 수혈을 받고 나면 침대가 떨릴 정도로 심한 오한과 고열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김씨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언젠가 자신에게 맞는 골수를 찾고 건강해 져 딸 주은이와 함께 살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씨는 "옆에서 응원해주는 딸 주은이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빨리 나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며 "완쾌되면 어렵게 지내는 많은 사람들을 돌보며 열심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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