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리가 남기고 간 상처는 컸다. 아직도 당시 참담했던 기억은 눈앞에 생생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 도민들에게 '공무원 재난기금 착복 사건'은 단순한 충격 이상이다.

 "우는 아이 달래주지는 못할 망정 들고 있는 사탕을 빼앗은 것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의의 공무원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와 광의의 공법상 근무관계를 맺고 공무를 담당하는 기관구성자를 말한다. 그 신분과 지위에 있어 일반 사인(私人)과는 다른 특별한 법적 취급을 받는다.

 그만큼 공복(公僕)으로의 역할과 책임이 뒤따른다. 업무를 이용해 '자기 것'을 챙기는 일은 역할과 책임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재난기금 착복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만 16명, 이들을 '관행'임을 들어 현장 확인 없이 관련 서류만 제출하면 그냥 지급되는 '묻지마 기금'을 계획적으로 빼돌렸다.

 유흥비 등으로 흥청망청 쓴 것도 그렇지만 '재난상황용 방한복'용도로 한 벌 당 43만여원에 이르는 기능성 의류를 구입해 27명이 나눠 입은 것도 쉽게 용납할 수 없다.

 개인적 용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빼돌려진 기금 중 일부는 특정 마을 자생단체의 단합대회 등 행사비용으로 사용됐다. '누구 덕'이란 말을 듣는 것 역시 사심을 채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태풍나리 응급복구에 집행된 313억원 중 3억여원은 아주 작은 일부일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파장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몇몇으로 인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도 고개를 숙여 '내탓이오'를 읊조려야할 다른 공무원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고미·사회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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