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동화작가)

 '어른들만 사는 나라'.  2008년도 한정동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동화책 제목이다. 어른들만 사는 나라는 아이가 없어 어린이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나라이다. 동화책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엔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도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겠다 싶은 마음에 현시대를 조명한 작품과 순수우리말들로 작품 발표를 많이 하시는 문학박사이시며 동화작가이신 박상재 교수님이 쓰신 동화책이 떠올라 간단하게 소개해봤다.
 
 멜라닌, 석면 '탈크', 치솟는 물가에 만만치 않는 양육비용. 이제는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데에 있어서 엄마들의 용기까지도 요구되는 때이다. 아가들 먹는 분유며 과자에서 검출된 멜라닌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석면 '탈크' 발암물질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과연 내 아가는 괜찮을까. 5년전에 알았다는 식약청은 과연 그 동안 무엇을 한 걸까. 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 한 건지, 아니면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그 어느 쪽이라고 해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큰 아이를 키울 때 휴대할 수 있는 콤팩트파우더까지 구입해서 발라주곤 했었는데 말이다. 그게 어디 나뿐이겠는가, 아가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은 다 그러했으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먹는 것, 바르는 것의 안전성 문제, 치솟는 물가며 육아비용 어디 그 뿐인가, 자녀 교육에 드는 비용은 과연 천문학적 숫자라고 해도 빈말이 아니다.

얼마 전 친구의 딸이 국제고에 들어갔다. 부러움의 인사를 건네는 내게 친구는 그렇게 인사 받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며 한숨 섞인 푸념을 했다. 수업료 없는 달에는 이백만원이 들고, 수업료 있는 달에는 삼백만원이 넘게 든다며 뒷받침 할 재력 없이는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란다.사정이 이와 같다면 항간에 떠도는 '아이 한 명 키우는데 1억이 든다'는 말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부모의 재력이 없다면 이 땅에서 어디 자녀를 양육할 수나 있을까. 이런 사회적 문제로 조기유학을 떠나거나 이민을 선택하는 젊은 부부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는 정말 이와 같은 현실이라면 그들만을 탓하거나 욕할 수만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경상북도 모 지역에서는 작년에 출생신고를 한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동화 '어른들만 사는 나라' 처럼 머지않은 날에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아이들이 사라진다면, 아가의 울음소리를 정말 들을 수 없게 된다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싸한 기운을 느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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