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쓰레기에 가축 사체까지…악취에 해충떼 등 쉽게 접근도 어려워
각종 중금속 등 지하수 오염, 난·온대 식물 군락 등 생태학적 가치 훼손 우려

   
 
 

제주시 구좌읍 채오름 입구 동굴 함몰지가 '내 집만 아니면' 하는 이기심으로 쓰레기 투기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제주시 구좌읍 채오름 입구 동굴 함몰지가 '내 집만 아니면' 하는 이기심으로 쓰레기 투기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특히 동굴 함몰지는 구조적 특성상 다양한 식생구조를 가지고 있는데다 지하수 유입 등 생태학적 가치가 높아 행정당국의 관심 및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23일 오후 채오름 입구 동물함몰지를 확인한 결과, 길이 50여m, 너비 20여m, 깊이 10여m 규모의 동굴함몰지에는 수십톤이 넘는 쓰레기가 무단 투기, 쓰레기 야적장으로 오인할 정도였다.

도로와 인접한 현장은 수풀 등이 우거져 함몰지임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함몰지가 가까워질 수록 쓰레기 악취로 진동했다.

수풀을 헤집고 들어가자 함몰지 비탈에는 생활쓰레기 부터 농사 폐자재 등 각종 쓰레기가 수년째 겹겹이 엉키고 쌓이면서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쓰레기 더미에는 중금속 등의 문제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형광등과 엔진오일통 등을 비롯해 농약병, 페인트통, 타이어 등도 수십개나 발견됐으며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가구, 드럼통같은 대형 쓰레기도 버려져 있었다.

송아지 등 가축 사체들도 그대로 버려져 썩으면서 수천마리의 파리들이 들끓는 것은 물론 각종 질병의 온상이 되고 있었다.

동굴함몰지의 무분별한 쓰레기 무단 투기는 중금속 및 각종 쓰레기 침출수 등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으로 연결, 적잖은 후유증이 우려됐다.

동굴 함몰지의 특성상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난·온대 식물 등이 다양하게 자라고 함몰지를 따라 빗물 등이 바로 동굴로 유입되면서 지하수 오염과 영향이 깊기 때문이다.

㈔곶자왈사람들 송시태 상임대표는 "동굴함몰지에 버려진 쓰레기는 중금속 등 유해성분이 빗물을 타고 신속하게 지하수로 유입, 지하수 오염과 직결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굴 함몰지의 형성된 쓰레기 산은 행정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발견된 쓰레기들 중 일부는 완전히 부식, 손만 갖다 대도 이내 부서질 정도였으며, 버려진 약병 등의 유효기간이 많게는 2~3년전으로 표기된 것도 있는 등 오랜 기간 쓰레기 투기장소로 이용됐음을 반증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은 동굴 함몰지가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쓰레기 무단투기는 전혀 모르고 있는 등 환경 관리에 소홀한 모습으로 빈축을 샀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아직 쓰레기 투기 현장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확인하고 바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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