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자 호박 주전자

   
 
  백자 호박 주전자  
 
농업을 생업으로 했던 우리 조상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일손으로 쓸 많은 자손을 필요로 했다. 때문에 당시 사회에서 자손은 풍요를 의미했고 이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무늬들이 일상 생활에 많이 쓰였다. 석류, 수박, 물고기, 포도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호박 또한 풍요를 상징하는 기호 중 하나였다. 호박은 그 안에 담긴 씨앗들이 꾸준히 대를 이을 많은 자손을 뜻하면서 그림으로 그려지거나 각종 생활용기에 무늬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호박을 몸체 모양으로 만든 주전자가 있다. 고려시대 크게 유행한 상형청자(인물이나 동물, 식물의 모양을 본떠 만든 청자)를 계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려시대와 달리 조선시대에는 동물이나 식물의 모양을 본뜬 주전자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아 그 가치가 매우 높다.

백자 호박 주전자는 호박모양의 몸체에 호박 덩굴과 잎을 양각으로 새긴 점이 매우 특이하다. 특히 손잡이에 자연스럽게 감긴 덩굴과 호박 꼭지를 본뜬듯 만들어진 주전자 뚜껑에서는 만든 이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전체 모양과 표면에 새겨진 무늬가 조화를 이루어 일체감을 주며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재기 넘치는 조상들의  뛰어난 감각이 절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제주박물관 신명희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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