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돼지우리 공부방’ 초·중학생 10명 ‘인내력’배우는 마라톤 동참
“공부 떠나 다양한 경험 나누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법 배우는 좋은 기회”

   
 
  ▲ 26일 열린 2009 제주국제평화마라톤에 참가한 돼지우리공부방 아이들이 완주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흥겨운 표정으로 출발선에 선다.

출발 신호와 함께 잠깐 잊혀졌던 아이들이 어느 샌가 발갛게 상기된 표정으로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비공식이기는 하지만 청일점 동수(11)는 2009제주국제평화마라톤 어린이 참가자 중 1위를 기록했다.

누나·동생들도 5·10㎞에서 신나는 레이스를 펼쳤다. 경주를 마쳤다고 신나 하는 표정을 카메라에 담는 ‘어머니’와 잘했다고 격려하는 ‘아버지’까지 가족같은 분위기다.

‘돼지우리공부방’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대회에 참가했다.

‘공부방’이란 이름이 연상시키는 것과 달리 이곳은 ‘품앗이 교육’을 실천하는 곳이다.

뜻이 맞는 부모들이 가건물이지만 공간을 마련, 자녀 10명이 함께 쓰는 공동 공부방을 만들었다.

혼자서는 흥미를 갖기도 어렵고, 생활에 바쁜 부모가 일일이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 뒷바라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여 있다 보니 손위·아래와 어울리는 법도 배우고, 혼자서는 다 알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게 됐다.

무료로 운영되는 공부방이지만 간식 등은 엄마들이 시간을 내 준비하고,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1년에 3차례 자체 캠프도 연다.

시험이 코앞이지만 공부방 아이들은 교과서에 코를 박는 대신 운동장에 나왔다.

아이들은 달리기를 하는 선생님(조한준·45)을 따라 벌써 몇 년째 함께 운동장을 뛰어왔다. 이번 대회에 앞서 한달 정도 준비 과정도 거쳤다.

나이나 성별 구분없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인내와 끈기를 가르치는데 ‘마라톤’만큼 좋은 아이템은 없었다.

조 씨는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생각보다 효과도 빨리 나타났다”며 “달리기를 시작한 뒤 잔병치레하던 것도 없어지고 무엇보다 끈기 있게 뭔가 하려는 의지들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먼저 경주를 마치고 친구들을 기다리던 조도울양(15)도 “다 뛰고 나면 너무 신이 난다”며 “중간에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포기하기 싫어 더 힘을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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