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등급판정소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 뚝…불안심리에 출하 마리 수도 줄어
먹어서는 감염 안돼, 경기 불황·원가 상승에 돼지인플루엔자까지 ‘삼중고’ 호소

국내에서 멕시코 발 돼지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돼지 사육 농가와 유통업계 등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로 닭·오리고기 판매가 급감, 홍역을 치렀던 경험이 있던 터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도내에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326농가에서 50만4576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돼지인플루엔자와는 별도로 지난 26일부터 타 지역에서 발생한 돼지열병 유입 차단을 위한 방역 수위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과 달리 돼지고기 유통가격은 물론 산지 돼지 값이 하락 기미를 보이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A축산 관계자는 “이번 여파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산지 돼지 값이 벌써부터 하락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 큰 일”이라고 걱정했다.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정부의 홍보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축산물등급판정소에서 거래되는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은 지육 1㎏을 기준으로 지난 23일 5062원이던 것이 27일에는 4798원으로 하락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주(24일) 2859마리던 하루 출하 마리수 역시 27일에는 2731마리로 100마리 이상 줄어드는 등 불안심리를 반영했다.

가격 하락 현상은 돼지독감 공포가 가실 때까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 돼지 사육 농가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겹살’로 불릴 만큼 삼겹살 가격이 치솟았지만 사료 값이 두 배 이상 오르고 환율도 많이 올라 농가관리비가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농가 수입 증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형유통업체 등에서의 돼지고기 매출이 완만한 하락곡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련 음식점 등도 경기불황과 원가 상승에 이은 ‘3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황금연휴와 어린이날·어버이날 등 단체 손님 준비에 바빠야 할 시기지만 일부 음식점에서는 예약 취소 또는 메뉴 변경 문의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4)는 “안그래도 장사가 안되는 와중에 앞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익히면 괜찮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심리는 그렇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창림 제주양돈농협 조합장은 “돼지전염병청정지역으로 방역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지만 소비가 줄어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막연한 불안심리로 농가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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