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온 편지> <9> 백자 모란무늬 병

   
 
  백자 모란무늬 병.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모란을 꽃 중에 으뜸이라고 하여 꽃의 왕 또는 꽃의 신으로 여겼다. 부귀를 뜻하는 식물로서 부귀화(富貴花)라고도 불렸다. 이러한 상징적 의미 때문에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각종 예술작품의 소재로 사용됐다.

백자 모란무늬 병에는 굵고 거친 필치로 붉은 색의 모란꽃이 앞뒤로 하나씩 큼직하게 그려져 있다. 색의 농담으로만 꽃과 줄기를 묘사하고 꽃 주변의 것들을 생략한 채 주제만 부각한 대담함이 돋보인다. 이 백자 병은 산화동을 주원료 하는 안료로 그림을 그렸기때문에 무늬가 붉은 색을 띠는데, 이러한 동화백자(銅畵白磁)는 다른 백자에 비해 적게 남아 가치가 더 높다. 붉은 색에 대한 반감과 다루기 어려운 안료의 성질 때문에 철화백자나 청화백자에 비해 적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와 「삼국유사」에 전해지는 신라 선덕왕과 모란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선덕여왕이 공주였을 때 중국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모란이 향기가 없음을 미리 짐작하여 말했으며, 훗날 모란을 심어보니 실제로 향기가 없어 선덕왕의 영민함에 탄복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모란은 향기가 없을까. 옛 이야기는 선덕왕의 영민함을 보여주기 위한 일화 일 뿐, 모란에는 옅지만 그윽한 향기가 있다고 한다. <제주박물관 신명희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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