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범행 통해 실제 피해 발생 실형 타당”
최근 대출 미끼 대포통장 모집 증가…경찰 단속 강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제공한 사람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지금까지 관련 사항에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해왔지만 최근 관련 피해가 급증하고, 상당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돈을 받고 통장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김시철 부장판사는 6일 은행 통장과 현금카드를 모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구속기소된 윤모(45)·김모씨(34)씨에게 각각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또 이들로부터 통장을 넘겨받아 또 다른 사람에게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손모씨(43) 씨에게도 같은 형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실제 보이스피싱 사기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실형 선고가 타당하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전자금융거래법 상 현금카드를 남에게 넘겨줄 때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했지만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통장 제공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에 따라 법이 개정돼 지난달부터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처벌 조항이 강화됐다.

단순 보이스피싱 사건 외에도 이들 범죄에 이용되는 속칭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양도, 양수하는 사범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는 과거 대포통장 중간모집책들이 무직자나 노숙자 등으로부터 대포통장과 현금카드를 구입해 전화금융사기범들에게 판매하던 것이 최근에는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대출광고 사이트를 통해 대포통장이나 현금카드 개설 명의를 빌려줄 사람들을 대규모로 모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4일 8개 은행에서 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들어 전화금융사기단 계좌모집책에게 양도, 범행에 이용하게 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배모씨(25·부산)를 입건했다.

배씨는 이름 등을 알지 못하는 모집책에게 통장을 넘긴 대가로 50만원 상당을 받았지만 이 통장을 이용한 보이스피싱으로 지난 3월 A씨(60·제주시 애월읍)가 590만원을 입금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와 각종 범죄에 이용되고 있는 대출조건(대출빙자) 대포통장과 현금카드 양도, 양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범인들의 말만 믿고 통장과 현금카드를 양도했다가 대포통장 양도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실형을 받는 등 낭패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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