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블록 고온 지속되면 유해물질 발생 위험…모래밭엔 배설물·쓰레기도

   
 
  ▲ 도내 일부 어린이놀이터가 화학물질 등 각종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어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조성익 기자  
 
 집 주변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된 '놀이터'가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곳이 되고 있다.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제정 이후 각종 놀이시설에 대한 정기시설 검사 의무화 등 위생과 안전성에 대한 관심만 높아졌을 뿐 실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내 놀이터 10여 곳을 실제 확인해본 결과 강화 우레탄 포장으로 안전장치를 한 놀이터는 일부에 그쳤다. 안전성 문제가 부각된 이후 대부분 놀이터에서 고무블록 교체 작업이 이뤄졌지만 놀이시설 주변을 제외하고는 모래밭과 흙바닥 등이 여전한 상태인 곳도 확인됐다.

 고무블록 역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여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장시간 햇볕에 노출, 37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되면 고무블록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발생,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환경상품진흥원에 의뢰해 놀이터 고무바닥재 16개의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무바닥재는 기온이 높아지면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방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여름철에 위해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일부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아토피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는 '새집증후군'으로 대표되는 화학물질 중 하나인 포름알데히드의 기준치를 제시하고 있다. 포름알데히드는 농도가 0.04ppm일 때 아토피성 피부염 및 신경조직에 자극을 일으킨다.

 여기에 최근 일부 놀이터에 쉼터용 정자가 설치되면서 적잖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안전장치나 관리자 없이 정자가 설치되면서 쉼터보다는 '놀이기구'용도로 활용, 안전사고 우려를 낳고 있는가 하면 일부 종교단체나 판매업체가 선교나 홍보용 공간으로 이용하는 모습도 흔하다.

 또 인적이 뜸한 야간시간대에 청소년들이 여럿 어울려있는 모습도 쉽게 목격되는 등 우범 공간이 될 우려도 높은 실정이다.

 주부 이선애씨(33·제주시)는 "연년생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 놀이터에 자주 가는데 바닥에서 가끔 불쾌한 냄새가 올라온다"며 "모래밭에서 개 배설물이 나오기도 하고 구석구석 술병 등이 버려져 있는 등 놀이터가 제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놀이터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 한명호씨(55·제주시)는 "얼마 전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2~3명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종교와 관련한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며 "가끔 정자나 안전펜스 위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아찔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 제정된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은 법 시행전 설치된 기존 놀이터에 대해 오는 2012년까지 1월까지 전문기관으로부터 설치검사를 받은 뒤 불합격되면 사실상 놀이터를 폐쇄토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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