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흔들리는 ‘청소년’<2>

지난해 제주지법 ‘촉법소년’ 처리 214건 전년 96건 비해 갑절 이상 증가
절도는 한해 100건 이상 증가, 잘못 깨닫기 전 다시 범죄 노출 ‘악순환’

지난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중학생 박모군(14)을 붙잡았다. 아직 앳된 모습과 달리 박군에게 적용된 혐의는 ‘강도 미수’. 박군은 지난달 14일 귀가하는 여고생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고 가 금품을 요구하다 여고생이 강하게 반항, 달아났다 끝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더 많은 범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직 ‘학생’인 박군은 학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가지 않은지 오래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절도 등의 범죄로 경찰에 붙들리는 아이들은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10살을 전후 한 나이에 범죄에 손을 대기 시작한 뒤 가출을 반복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한 뒤 촉법소년에서 벗어나는 중학교 2·3학년 시기 학교를 떠나 거리로 나서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악순환 모델로 꼽힐 정도다.

대법원의 2008 사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방법원에서 처리한 소년보호사건은 573건이다. 2007년 521건에 비해 52건, 9.1%정도 늘었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형사책임능력이 있는 ‘범죄소년’은 354건으로 전년 425건에 비해 71건 감소한데 반해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 소년’은 214건으로 전년 96건 보다 갑절 이상(108건) 늘었다.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라고 피해자의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충격 등은 성인 범죄의 피해보다 결코 적지 않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고, 그 중 강력·절도·폭력 사건은 줄어들 기미가 없어 보인다.

매년 20건 안팎이던 강력 범죄도 지난해 32건이나 발생했고, 폭력 사건은 2006년 369건에서 지난해 600건, 올 들어서도 4월말 현재 135건이나 접수됐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절도는 2006년 428건에서 2007년 575건, 지난해 668건으로 매년 100건 가까이 늘고 있다.

△‘한 순간 실수’봐주기엔 정도 넘쳐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라고 피해자의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충격 등은 성인 범죄의 피해보다 결코 적지 않다.

이들 청소년 범죄는 특히 재범률이 높다는 점에서 엄격한 사회적 제동장치가 요구되고 있지만 ‘한 때 실수’로 관대한 법 잣대를 적용하는데 따른 부작용도 적잖다.

초등학생처럼 부모의 관심이 집중되지도 않고 고등학생이 갖는 대학 입시의 부담도 없는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의 경계의 일탈은 학교 현장에서도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촉법소년에 대한 처분은 보호자나 자원보호자의 감호위탁 처분에 그쳤고 단기보호관찰 등은 일부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 중에는 잘못을 깨닫기 전에 다시 범죄에 노출되는 등 죄의식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주지역의 청소년범죄 재범률이 최근 3년 꾸준히 30%대를 넘는 등 전국 상위 수준이란 점도 이런 지적에 힘을 보탠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들이 저지르는 실수라고 보기에는 정도가 넘는 경우가 많다”며 “현대화에 따른 가정 붕괴 등의 희생양이라는 안타까움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범죄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 역시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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