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제주해양경찰서 사랑 나누기 행사 집수리 현장

   
 
  ▲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직원과 전경들이 월급에서 작은 정성을 모아 홀로사는 노인들의 집을 수리하는 등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서 김광석 경사가 전경 대원들과 함께 허름한 집안에서 집기들을 하나 둘씩 마당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묵은 때가 켜켜히 쌓였던 가구며 옷가지 등이 오랜만에 햇빛을 맞았다. 집안에는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원래 형태를 가늠하기 어려운 생활 집기 등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청소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경사는 "할아버지가 몸이 불편해지시면서 집안 정리를 제대로 못하신 것 같다"며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인기척 하나 없이 조용할 제주시 건입동 강규석 할아버지(76)의 집이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인다. 전기배선을 정리하는 드릴 소리며 '쓱쓱' 집기들을 닦는 소리들도 정겹다.

 당장 거동도 쉽지 않지만 손이 놀고 있는 상황이 불편한 듯 주변을 배회하던 강 할아버지는 "혼자 생활하는데다 허리와 다리가 아픈지 오래돼 집이 엉망"이라며 "이런 모습은 자식들한테도 보여주기 힘든데 이렇게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지난 15일 오전 제주해양경찰서 직원과 전경 15명은 사랑의 집수리 봉사로 구슬땀을 흘렸다. 주변을 돕는 일이야 늘 하는 일이지만 이날 봉사에 쓰인 벽지며 장판, 가구 등 비용 일체를 제주해경 직원들이 직접 모아 만들었다는 점은 특별하다. 매달 직원 월급의 0.1%씩을 모아 성금을 조성, 지난 3월에도 혼자사는 할머니의 집을 새것처럼 바꿔놨다.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기술이 필요한 실내도배며 장판교체, 전기배선 정리 같은 것도 일사천리다.

 딱히 '특기'가 없다면 무거운 가구를 나르고, 빨래를 하고, 묵은 먼지를 닦아내는 등 몸을 쓰면 된다.

 제주해경 한명미 경무기획과 복지담당은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모은 돈으로 이렇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런 작은 관심들이 모여 어르신들이 편안해질 수 있다면 그만큼 값진 일이 어디있겠냐"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송송 맺혔던 땀방울이 얼굴에 내를 만들고, 팔 힘도 처음만 못하지만 정성만큼은 커졌다.

 열심히 문을 닦던 최선웅 상경은 "할아버지의 기뻐하시는 얼굴을 보니 얼마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며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게 이렇게 보람있을 줄 몰랐다. 전역하더라도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집수리 봉사는 오후 4시가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다. 뉘엿뉘엿 해가 지며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알려줄 때 쯤 할아버지의 집은 오랜 세월의 껍질을 벗고 새집처럼 변해갔다.

 제주해경 정택범 경장은 "처음에는 집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서로 힘을 모아 정리하면서 비교적 빨리 끝났다"며 "힘은 들었지만 할아버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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