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흔들리는 '청소년'<3>

 지난 7일 제주동부경찰서에는 '철없는' 10대 연인이 나란히 경찰 조사를 받았다.

 19살 또래인 이들은 가출한 청소년에게 잠자리 등을 제공해주겠다고 접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이들의 덫에 걸린 14살 A는 협박 등에 못이겨 친할머니의 기초생활수급비까지 훔쳐다 이들에게 건네줬다. 또 다른 B는 연락을 기다리던 어머니에게 비상금을 부탁하는 전화를 걸어야 했다.

 이들 범행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27차례나 유사한 일이 반복된 이후에야 겨우 마침표를 찍었다.

 가출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일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들어서도 가출 후 식당 등에서 금품과 식재료를 훔치던 15살 또래 6명이 경찰에 붙잡혔는가 하면 가출 후 남녀 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물건을 훔치다 들통난 사건도 있었다. 50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치고 이를 팔아 생활비로 쓰는가 하면 가출한 나이 어린 청소년을 유인해 성추행한 10대까지 가출 청소년들의 분별없는 '어른 흉내 내기'는 점입가경이다.

 '가출'을 사춘기 훈장 쯤으로 생각하기에는 최근의 청소년 탈선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찜질방이나 PC방, '만원방' 등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은 곳곳에 많이 있다. 청소년들의 출입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완벽하기 어려운데다 장기 불황에 손님을 가린다는 것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자취를 하는 학생들의 방은 공공연한 아지트가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청소년들의 장기 가출이 점점 쉬워지고 또 잦아지고 있다.

 올들어 4월말 현재 발생한 청소년 가출은 신고가 접수된 것을 기준으로 75건. 이중 67건은 귀가나 소재지 등이 확인됐지만 나머지 8명은 아직 거리를 헤매고 있다.

 2006년 105건이던 가출 청소년 신고는 2007년 178건, 지난해 237건으로 계속해 늘고 있다. 지난해 예슬이 사건으로 실종신고가 늘었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집'을 나가는 14~19세 청소년들의 문제는 가정이나 학교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절도, 갈취, 성매매까지 상당수 청소년 범죄는 대부분 가출기간 중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활비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도, 비슷한 처지의 다른 가출 청소년을 이용하는 일도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다.

 특히 가출 전에는 전혀 모르던 또래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무리를 이루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비행을 군중심리를 이용해 거침없이 해내는 모습은 무서울 정도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청소년 쉼터가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거부감을 쉽게 넘어서지 못해 다니 거리로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고 인력 부족은 물론 제도적 한계로 사후관리를 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다.

 이와 관련 청소년단체 관계자는 "아이들이 밖으로 나도는 가장 큰 이유는 '관심 부족'"이라며 "'문제 청소년'이라고 단정 짓고 접근하기 보다는 제대로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