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지난 22일 열린 제주시니어클럽 은빛인형극단 공연

   
 
  제주시니어클럽 은빛인형극단 소속 어르신들이 지난 22일 도보육정보센터 강당에서 인형극 공연을 펼쳤다. /조성익 기자  
 
 "어흥, 날 구해준건 고맙지만 널 잡아먹어야겠다"

 호랑이 인형이 이렇게 말하자 올망졸망 모여앉아 인형극을 보던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안돼요, 그러지 마세요"라고 외친다.

 종알종알 이야기하던 97명의 아이들은 공연이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눈을 반짝이며 인형극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22일 오전 11시 제주특별자치도 보육정보센터 강당에는 '은혜를 모르는 호랑이'라는 재미있는 인형극이 열렸다.

 아이들을 완전히 몰입시켜 버릴 만큼 실감나게 인형들을 연기하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백발이 성성한 어른신들이다. 

 제주시니어클럽 '은빛인형극단' 소속인 8명의 어르신들은 인형극 장막 뒤에서 쪼그리고 앉아 팔을 올리고 손 인형을 연기했다.

 아이들은 "할머니들이 만들어주신 인형극이 너무 재미있다"며 "인형극에서 나온 교훈처럼 앞으로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착한 어린이가 되겠다"고 자신있게 소감을 밝혔다.

 인형극은 아이들에게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인형극을 통해 노인들은 자신감을 얻고 세대간 교감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호랑이 인형 연기를 맡은 고정희 할머니(65)는 "팔이 조금 아프다가도 손자·손녀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연기에 심취해서 그런지 아프지도 않다"며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는 저절로 힘도 난다"고 말했다.

 극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는 이숙랑 할머니(77) 역시 "이 나이에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하다"며 "인형극이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아이들을 보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힘을 얻어간다"고 강조했다. 

 인형극에서 나타난 실감나는 연기의 비결은 매주 이뤄지는 연습과 노력의 산물이다. 매주 토요일 2시간씩 모여 연습을 하며 함께 호흡을 맞춰 나간다.

 은빛인형극단 강정자 할머니(76)는 "매주 토요일 함께 호흡을 맞추고 공연이 다가오면 집에서도 연습하는 할머니들이 있다"며 "인형극단이 생긴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할머니들의 연기에 대한 열기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은빛인형극단이 펼치는 '재미있는' 인형극은 매번 매진 행렬이다.

 인형극 접수를 받는다는 제주도보육정보센터 박춘미 센터장은 "도내 490개의 어린이집에 인형극 참가 신청 공문을 발송하자마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할머니들이 인형극에 참여하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제주시니어클럽 사업지원팀 원정환씨는 "인형극 등을 계기로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인식개선의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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