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피겨여왕에 등극한 김연아가 '국민여동생'으로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딸을 가진 엄마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비교의 대상이다. 또 한명의 엄친아(엄친딸)가 생긴 것이다.

엄친아는 '엄마 친구의 아들(아이)' 또는 '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로 최근 유행하는 용어이다. 특별하게 고정된 의미는 없지만 엄마가 자녀에게 "내 친구 아들 누구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착하고…"하며 비교를 곧잘 한다는 데에서 나온 말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에 비유해 쓰이기도 한다.

많은 엄마들이 자녀들의 비교대상으로 엄친아를 이야기한다. 모임이라도 다녀온 날이면 자녀들을 향한 비교는 그칠 줄을 모른다. 비교를 당하는 아이들이 그 말을 들으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할까?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있을까? 답은 글쎄다.

일각에서는 엄친아를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으나 부모의 욕심이 만들어낸 대상이라고 꼬집어 말하고 있다. 웃고 넘길 유행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엄친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 성적비교를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로 꼽았다. 다수의 교육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스트레스가 부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엄친아는 과도한 경쟁체제에 치우쳐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들딸을 남들보다 더 잘 기르고 싶어하는 엄마의 욕심을 탓할 수만은 없지만 엄친아에게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무엇이 성공이고 행복한 삶일까? 지나친 비교와 경쟁을 말하기 전에 가정과 사회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가르치는 일이 우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여자 폴포츠로 불리며 유명해진 47세의 노처녀 수잔 보일은 정리되지 않은 파마머리에 통통한 몸매로 엄친아와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영국의 한TV쇼에 출연해 전문가수가 되고 싶다고 해서 심사위원과 관객들로부터 비웃음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외모와 달리 청아한 목소리로 'I dreamed a dream' 을 불러 전세계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줬다. 그녀가 가진 가창력과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에 대한 열정이 못생긴 외모와 순탄치 못했던 가정환경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은 것이다.

꿈이 없다고 말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엄친아는 허상이자 콤플렉스이다. 가능성을 인정해 주는 것, 작은 칭찬과 격려 한마디가 꿈에 다가서는 가장 빠른 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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