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 들어 195건 가출 신고…64명은 소재 파악도 안돼
성인가출 ‘개인적 이유’치부, 극단적 선택 치닫는 등 관리필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갔던 주부 A씨는 꼬박 하루만에 집에 돌아왔다.

유서까지 남기고 가출했지만 4살 막내딸과 제주도를 배회하다 끝내 한참 사춘기인 14살·13살 딸과 12살 아들과 함께 할 것을 결심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낮에는 세탁소 일을 하고, 밤에는 영업용 택시를 몰며 살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았다. 늘어나는 부채에 한창 커 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부족한 능력 탓만 커졌다. 죽을 결심을 했을 만큼 힘겨운 나날이 다시 시작됐다. 안타까운 것은 A씨의 가출이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거란 점이다.

경기 불황과 함께 가정주부 등 성인 가출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28일 현재 가출신고가 접수된 성인남녀는 가정주부를 포함 195명으로 하루에 1.3명 꼴로 집을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131명은 집으로 돌아갔거나 위치 등이 확인됐지만 나머지 64명의 소재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성인 가출은 479건으로 이중 67명 역시 소재가 불명인 상태다.

같은 기간 가출한 청소년이 93명, 실종신고가 접수된 14세 미만 아동이 31명인 점을 감안하면 성인가출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최근의 성인가출은 경기침체로 인한 가계악화와 가족내 갈등이 주된 원인인데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과도 연결되는 등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또 부채 문제 등으로 행적이 묘연해지거나 선불금을 받고 연락이 두절된 종업원 등을 찾기 위해 가출 신고를 하는 사례도 적잖은 등 장기 불경기 여파를 반영했다.

치매노인이 집을 나가 실종신고가 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올 들어 28일까지 접수된 치매노인 실종신고는 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건에 비해 10건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07년 한해 22건, 2008년에는 총 25건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보다 세밀한 치매노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실종 신고가 된 치매 노인 중 지난 3월 24일 오전 11시쯤 집을 나섰던 오모 할머니(77·서귀포시 상예동)는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생계에 치열하게 매달리면서 가족 관리가 소홀해지는 등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며 “성인가출은 청소년들에 비해 관심이 덜하고 개인적 문제로 집을 나간 것으로 처리되면서 사후관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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