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정신병원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이 소설에는 전자에 해당에는 '나'와 후자에 해당하는 '승민'이 등장한다. '나'는 내 인생으로부터 도망치는 자,  '승민'은 자신의 인생을 상대하는 자다. '나'는 운명을 유전형질로 받아들이고 '승민'은 획득형질로 여긴다. 

하지만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직업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이라고는 스물다섯이란 나이 하나밖에 없는 이들에게도 공통분모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두 간절히 삶을 원한다는 것이다.

망막세포변성증으로 비행을 금지당한 패러글라이딩 조종사였다가 급속도로 시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가족 간 유산 싸움에 휘말리며 정신병원에 감금된  '승민'이 원하는 건 살고 싶다는 것. 눈이 완전히 멀기 전, 마지막 비행을 하고 싶다는 것. 그에게 삶은 자신의 인생에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6년째 입원중인 '나' 역시 삶을 강렬하게 원한다. 다만 유령처럼 소리 없이, 평온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승민'의 삶과 다를 뿐이다.

'나' 와 '승민'이 한 병실에 감금된 지 100일째 되던 날. 둘은 마침내 '삶을 위해' 탈출을 시도한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치밀한 얼개와 속도감 넘치는 문체, 살아 있는 캐릭터와 적재적소에 터지는 블랙유머가 절묘하게 조화됐다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 자신을 옥죄는 운명에 맞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시도하는 두 젊은이의 치열한 분투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책 서문에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소설은 시작됐다"며 소설에 배태된 내적 지향점을 밝히고 있다.

은행나무·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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