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철·제주특별자치도보훈청장>

   
 
   
 
실록의 계절 6월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들판에는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자주색 감자꽃이 피어납니다. 뻐꾸기는 짝을 찿아 한층 소리높이 노래 부르며 라일락꽃, 장미꽃이 향기를 내 품습니다. 싱그러운 6월이 오면 우리는 현충일(顯忠日)을 기억하고 국립묘지의 현충탑 앞에 머리 숙여 묵념을 올립니다.

동족상잔의 6·25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조국수호라는 이름 아래 수 많은 젊은이들이 꽃다운 나이에 피를 흘리며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서 무명용사로 죽어갔습니다. 전쟁의 포성이 멎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사자의 유해가 이곳저곳에서 발굴되고 목에 걸었던 녹슨 군번줄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 주기도 합니다. 국립묘지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눈물짓던 전쟁미망인의 젊은 얼굴은 깊게 파인 주름과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변하고, 피 묻은 손에 총을 놓으며 마지막 불리었던 병사의 어머니도 나비되어 아들 곁으로 날아갔습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값진 희생은 민족자존의 생명줄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평화로운 산하(山河)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60년 전 처절했던 전쟁의 비극도 빛바랜 역사처럼 차츰 우리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위해 쓰러져간 무명용사의 넋을 기리던 추모행사도 차츰 관심 밖으로 밀려가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전후(戰後) 세대들은 전쟁의 비극도 모릅니다. 그러나 피의 대가로 지켜온 선열의 희생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민족자존의 생명 줄입니다. 이 땅의 고난과 역경에 순교자처럼 맞서서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고 평화와 자유민주주주를 지켜 오신 순국선열과 호국용사들, 그리고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을 우리는 마땅히 존경과 예우로서 보살펴야 하겠습니다.

6월 한 달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순국선열과 국가유공자들의 값진 희생에 감사와 예우를 하는 숭고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맞이하는 6월 6일, 54번째 현충일이 다가옵니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호국영령들의 영혼이 고이 잠든 충혼묘지에 가봅시다. 영령의 묘비 앞에 서서 그들이 왜 이곳에 잠들어 있는가를 생각해봅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풍요로움이 호국영령들의 값진 희생의 대가임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나라사랑의 마음을 간직한 국가보훈의 상징

세계 각국의 나라에서는 매년 조국의 이름으로 죽어간 수많은 무명용사와 전쟁영웅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합니다. 전사자에 대한 뜨거운 감사와 그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그 분들을 예우하고 보살피기 위함입니다. 호주는 4월25일에 안작데이(ANZAC Day)라고 해 세계대전에서 희생한 전사자들을 기리며 추모행사를 합니다.

미국은 5월 마지막 월요일을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로 정하고 전몰장병을 위해 추모의 꽃을 뿌리며 버지니아주 웰링턴국립묘지 무명용사들 무덤 앞에 헌화합니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1월 11일을 파피데이(Poppy Day)라고 해 웨스터민스터사원 앞 십자가에 붉은 양귀비꽃을 바칩니다. 이날 11시 정각에 의사당 빅밴 종소리를 시작으로 2분간 묵념하며 온 국민은 종이로 만든 붉은 양귀비꽃을 가슴에 답니다. 양귀비꽃은 병사들이 흘린 붉은 피로서 충혼과 애국의 표상이며 추모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나라사랑큰나무'배지를 가슴에 답니다. '나라사랑큰나무'는 나라사랑의 마음을 간직한 국가보훈의 상징입니다. 정부에서는 광복60주년이자 한국전쟁55주년이 되던 2005년 현충일을 기해 순국선열과 전몰호국용사에 대한 추모와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에게 감사하는 국민적 통일감을 결집시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국가를 위한 공헌과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이 온 국민의 가슴속에 뿌리내릴 때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화와 풍요로운 미래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6월 호국보훈의 달 아침에 다시 한번 옷깃을 여미고 경건한 마음으로 순국선열에 대한 한없는 감사를 드려 봅시다. 나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영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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