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8월 장마’고착화·지난해 국지성호우 빈발에 예보 체감도 ‘뚝’
날씨 의존도가 높은 농업·관광 등 제주 기반 산업에 치명적 우려도

올 여름부터 일기예보에서 ‘장마’가 사라진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장마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장마예보를 하지 않으니 유의해달라고 10일 밝혔다.

기상청은 매년 5월 하순께 여름철 예보를 통해 장마 시작 및 종료 시점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장마 시작 시점만 예측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종료 시점까지 전망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61년부터 시작된 장마예보는 48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대기불안정 등에 따른 국지성 호우가 빈번, 장마철이란 용어 자체를 사용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1990년 이후 장마 기간의 강수량은 변화가 거의 없었으나 장마 이전 및 이후의 강수량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제주지역 역시 장마가 지난 뒤 더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관서 설치를 기준으로 제주에는 지난해 6월 14일 장마가 시작된 이후 소강 상태에 들어간 7월 4일까지 304.9㎜의 비가 내렸다. 이후는 가뭄에 가까울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다가 8월9~15일까지 일주일 동안 내린 비만 227.0㎜에 이르는 등 장마를 무색케 했다.

성산 지역의 지난해 8월 강수량은 400㎜에 육박하면서 절반 이상이 장마 기간이었던 6월 302.5㎜에 비해 훨씬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주 동쪽인 성산 지역에는 지난해 8월10일 하루 동안 올 들어 가장 많은 136.0㎜의 강수량을 기록한데 반해 서부 지역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등 특정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리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제주 지역은 최근 2~3년간 ‘8월 장마’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예년에 비해 강수량이 많다”는 애매한 예보는 날씨 의존도가 높은 농업이나 관광 등 제주 기반 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 발표한 6월 예보에는 ‘중순과 하순 평년에 비해 많은 비가 내리겠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다’는 내용이 전부다.

평년 제주지역 장마는 6월 19일에서 7월21~22일로 평균 328~449㎜의 비가 내린다. 하지만 다음주말까지 제주지역에는 별다른 비 소식이 없는 상태다. 특히 올해 ‘고사리장마’가 실종되고 최근 비가 내렸다하면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150㎜안팎의 많은 비를 단시간에 퍼붓고 있어 이들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편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형성됐을 때 주간예보나 일일 예보 등 중·단기 예보와 함께 수시로 장마전선에 따른 강수 예보를 하는 것으로 장마 예보를 대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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