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학관을 진단한다] (3)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제주도 리모델링 고려, 논의 거쳐 최적방안 마련
추진위원회 활성화 필요…예산과 공간마련 우선

올해 예산 3억원이 확보되면서 문학관 건립이 가시화 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다. 다른 지역 문학관의 사례를 통해 제주문학관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행정당국과 전문가들의 이견을 좁히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예산이 부족해 수장고를 만들지 못한 마산문학관. 문학관 건립에 앞서 예산확보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 지금까지 어떻게 추진됐나

전국에는 50여 개의 지역문학관이 운영중이다. 문학관이 없는 지역은 제주가 유일하다. 그 동안 제주에서도 문학관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지난 1999년 김동윤 제주대교수를 시작으로 2000년대 문인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003년 7월 제주작가회의 주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고, 2004년 2월에는 제주문인협회와 제주작가회의가 문학관 건립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그해 제주도는 ‘제주향토문화예술중장기계획’에 문학관 건립을 포함시켰다.

2005년 8월에는 제주문인협회와 제주작가회의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9월에는 이 두 단체를 대표하는 12인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원회는 2006년 예산안에 ‘제주문학관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비를 계상해달라’는 건의문을 올렸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계속적으로 문학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예산확보가 미뤄지다 올해 3억원이 확보됐다. 강용준 제주문인협회장과 문무병 제주작가회의 회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한 추진위원회도 구성됐다.

제주도는 폐교나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와 연계, 기존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고려중이지만 다양한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 마산문학관은 여러 작가들을 종합한 종합문학관 형식을 띠고 있다.  
 
△ 문학관 성격은

문학관은 특정작가를 중심으로 한 개인문학관과 시, 소설, 희곡 등 다양한 분야의 여러 작가의 작품을 활용하는 종합문학관으로 나뉜다.

추진위원회가 방문한 태백산맥 문학관, 아리랑 문학관, 최명희 문학관, 목포 문학관은 개인문학관이고, 마산 문학관은 종합문학관이다. 특정작가가 출생했거나 특정작품의 배경이 된다면 개인문학관으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종합문학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제주향토문화예술중장기계획’에 따르면 종합문학관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 계획에는 “제주문학관은 제주문학의 역사를 조명하는 ‘제주구비문학관’, ‘제주고전문학관’‘제주현대문학관’, ‘제주유배문학관’, ‘4·3문학관’, ‘제주해양문학관’등 테마별 종합문학관 성격이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무병 추진위원장은 “남의 것을 흉내내지 말고 제주고유의 특성을 살린 문학관을 만들어야 한다”며 “문학관을 통해 제주문학의 전통과 흐름은 물론 제주의 특색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제대로 된 문학관은 시간과 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백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주실정에 맞는 밑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태백산맥 문학관은 지난 2000년 태백산맥 문학공원 정부재정계획 반영을 건의한 후 그해 남해안관광벨트개발계획이 확정되자 2003년 태백산맥 문학공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05년 문학기행로 준공, 2007년 문학관 준공, 2008 벽화 준공 후 개관했다. 문학관 개관까지 8년이 걸렸고, 총 사업비로 85억원을 투입했다.

목포 문학관(건축면적 1930㎡)은 사업비로 50억원을 사용했고, 문학관 중에는 규모가 작은 최명희 문학관(건축면적 99㎡)은 16억5000만원을 들였다. 마산문학관은 (건축면적461㎡)은 20억원을 투자했다.

마산문학관 한정호 학예연구사는 “예산이 부족해 수장고를 만들지 못했다”며 “자료를 확보해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3억원의 예산이 확보한 상태에서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하는지 고민해야한다. 단순히 문학관을 짓는데 목적을 둬서는 안 된다. 예산확보를 위한 근거마련은 물론 준비단계에서부터 전문가를 투입시켜 제대로 된 틀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용준 추진위원장은 “추진위원회를 활성화 시켜 자료 수집 등 기본적인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며 “그에 따른 예산 투입과 공간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