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계 나비 침입·여름철새 텃새화·분홍멍게 등 어장 잠식
아열대·열대 특성 곳곳서 확인 불구 대응책 마련 더딘 걸음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생태지도를 바꾸고 있다. 평균기온이 96년 사이 1.7도 오르는 사이 제주의 생태계는 아열대·열대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해양 생태계를 시작으로 조류 등 생물지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이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소철꼬리부전나비  
 
△낯선 나비·새 출몰

변온동물로 기후변화에 특히 민감, 기후변화의 영향을 감시하는 매개로 꼽히고 있는 나비가 바뀌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권태성 박사는 11일 열대와 아열대지역에서 주로 관찰되는 ‘소철꼬리부전나비’가 제주 전역에 출현, 제주도의 소철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학계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소철꼬리부전나비(Chilades pandava Horsfield)는 타이완·필리핀·보르네오·서인도 제도 등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남방계 나비로, 2005년에 두 마리의 암컷 두 마리가 제주 서귀포에서 최초로 발견됐었다. 이후 지난 2008년에는 서귀포 대포동에서 대량 번식, 소철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 박사는 “소철꼬리부전나비가 제주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새 도입종은 먹이식물(소철 등)에 큰 피해를 주는 등 생태계 혼란을 야기하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해방제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동남아에 서식하는 아열대 조류가 국내에 체류하기 시작했고 여름 철새가 겨울에 남부지방으로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있는 ‘텃새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 붉은부리찌르레기  
 
중국남부와 필리핀, 일본 등에서 서식하는 철새로 알려진 붉은부리찌르레기가 지난 2007년 제주시 한림읍에서 번식하는 것이 확인됐고, 열대권 희귀조류인 물꿩도 소리 없이 제주 텃새가 됐다. 지난달 30일에는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서 아열대와 열대지방의 습한 산림지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푸른날개팔색조’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채준석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학과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아열대 조류인 녹색비둘기와 검은바람까마귀가 제주에서 발견됐다. 녹색비둘기는 지난 1977년 발견된 이후 제주에서 확인된 적이 없었다.

   
 
  ▲ 물꿩  
 
이는 기온 상승의 영향으로 꽃이 빨리 피고 먹이곤충이 먼저 출현, 포식자인 철새도 이동속도와 서식지를 바꾸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대응 서둘러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환경변화는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제주대표 품종인 감귤은 물론 한라봉까지 전남·경남 등 지역으로 재배지역이 점차 북상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가 지난 4월 제작한 제주 연안어장 생태지도에는 마을어장에 갯녹음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아열대에서 주로 보이는 거품돌산호·분홍멍게·연산호 등 열대성무척추동물이 서식지를 넓혀 가고 있는 것이 표시됐다.

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로 인한 어종변화도 불가피해지는 등 수산자원의 구성 자체가 변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을 장마예보가 사라지는 데다 예고없는 국지성 호우 등 변수가 늘어나면서 재해 위험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번 변화들은 농수산물을 재배하거나 어획하는 농어민들은 물론 제주의 기간산업인 관광업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다각적인 대비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기후 변화가 피부로 느껴지는 것과 달리 도의 기후변화대응 속도는 지난달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들어갔을 정도로 차이가 있다. 내년 초까지 진행되는 용역 결과가 기후변화 속도를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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