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KRA한국마사회 제주경마본부 본부장>

   
 
   
 
말(馬)이라는 동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전쟁의 수단으로 교통의 수단으로 농경의 수단으로 식생활의 수단으로 유목의 수단으로 그렇게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대에 들어서는 경마라는 수단을 통해서 말과 인간이 교류를 하고 있다.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경마는 시행국가가 꾸준하게 늘어나 현재는 세계 120여 국가에서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글로벌화된 산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특히 경마의 주류를 이루는 서러브레드 품종은 세계적으로 통일이 돼 있다. 그래서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마산업은 84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선진화와 발전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마산업은 아직도 세계와의 경쟁을 위해 헤쳐 나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경마산업은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축산업, 경마장과 목장건설 등 각종 시설 설치의 건설업, 마권발매 위주의 서비스업, 그리고 각종 정보를 취급하는 소위 정보산업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 하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단계별 산업의 과정에서 각종 부가가치도 다양하게 창출되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 즉 축산업-건설업-서비스업-정보산업의 단계별 또는 해당 산업 내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통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것이다.

경주마를 생산하고 육성하는 축산업만 놓고 보더라도 경주마의 판매 뿐 만 아니라 교배과정 순치과정 등에서 다양한 부가가치가 생성되고 있다. 아직은 한국은 걸음마단계에 있지만 교배료가 경주마의 몸값보다 더 비싼 경우까지 생긴다. 순치과정에서도 누가 더 경주마를 잘 훈련시키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몸값이 천차만별이 되기도 한다. 또 실전에서의 우승 횟수가 높아질수록 해당 경주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는 특징까지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마산업은 이러한 순환시스템이 기형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권발매의 서비스업만 비대하게 발전해와 경마산업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며 국민들로부터는 부정적 편견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도 경마산업의 본질에 충실한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한국의 경마산업이 올바른 발전방향을 잡아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경주마 중심으로 모든 정책을 뜯어 고쳐야 한다. 오랜 관습과 관행으로 이어져온 사람중심의 경마정책을 철폐하고 어떻게하면 질 좋은 경주마를 탄생시키고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현세대에서 불가능한 과제라면 우리 후손들이라도 그 뜻을 이루도록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무엇 때문에 세계의 선진 경마시행국들은 경주마 1마리에 100억원을 넘나드는 망아지를 매매하고 무엇 때문에서 수백억원이 넘는 씨수말을 확보하고 있는가.  최고의 경주마를 소유하는 국가가 경마산업에서의 1등 국가라는 자부심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20년 전 일본이 우리와 비슷한 실정이었으나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마산업을 이끌고 있는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인해 아직까지 제자리를 걷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한국경마는 각종 통제와 규제를 둬 질 좋은 경주마의 출현을 봉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정경마를 없애고 공정경마를 구현하다고 주장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도박만을 생각한다면 카지노며 복권이며 게임 등을 따라갈 수가 없다. 우리도 하루빨리 사람 중심이 아닌 경주마 중심의 정책을 정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경마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며 세계와의 경쟁에서 낙오하여 영원히 후진성을 면치 못할 것이며 사회의 부정적 편견에 갖혀 꼼짝달싹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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