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현장) 전국대학생 국토순례단 '국토지기' 제주 행진

   
 
  지난 26일 성산일출봉을 시작으로 30박31일간 국토대장정에 나선 대학생들이 28일 제주 해안을 걷고 있다. /조성익 기자  
 
 김재덕씨(24·천안대 2년)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웃음을 담는다. 챙 넓은 모자에 2시간에 한번씩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있지만 내리쬐는 태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천근만근 다리가 무겁기는 했지만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미소는 필수다. 힘든 표정은 '나'만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짐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무거운 발거음과 달리 그는 할 수 있다는 '젊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김씨는  "지금 다니는 학과가 나에게 맞는지,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인지 앞으로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이번 국토순례에 참가했다"며 "국토순례가 끝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젊어서 고생하면 골병 든다'는 우스개로 바뀐 요즘, 진정한 고생(?)의 의미를 아는 118명의 젊은이들이 30박 31일 일정의 국토 행진에 나섰다. 지난 26일 성산일출봉을 시작으로 다음달 26일 통일전망대까지 꼬박 한달의 일정은 대학생들 스스로 만든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국대학생 국토순례단 '국토지기' 11기 '지기(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을 칭하는 말)'들은 우리나라의 속살을 한걸음씩 발로 딛으며 자신들의 희망과 꿈을 하나씩 만들어 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토지기 행진이 전라남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한 것과 달리, 이번 11기 국토지기 행진은 제주를 출발점으로 한 첫 행진이다. 제주를 발로 느끼는데 26일부터 28일까지 3일이 걸렸다.

 어머니 나라를 느끼기 위해 참가했다는 크리스토퍼 씨로스씨(23·미국 와이오미대학)은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모국(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계셨다"며 "평소 걷는것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오래 걸어보기는 처음이다. 이번 순례를 통해 지구력, 인내력을 키워 내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달궈진 아스팔트가 쉴새없이 뜨거운 열기를 뱉어냈지만 그들의 발을 붙잡지는 못했다. 불평은 커녕 '힘들다'는 표정도 찾기 어렵다. 힘이 들 때면 노래로 기운을 북돋고 "'지기'들아 힘내자"며 서로의 손을 잡아줬다. 물집이 생긴 '지기'의 배낭을 대신 매주고 서로의 부채가 돼주기도 하면서 함께 했다.

 강지니 씨(21·여·충남대 2년)는 "휴대전화도 가져오기 못하고 한달이나 되는 힘든 일정 때문에 부모님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며 "아직 초반이지만 '지기'들이 옆에서 응원해줘서 힘들어도 견딜만하다"고 웃었다.

 장 미 학생(23·여·대구 카톨릭대학 4년) 역시 "졸업반인데 취업 준비를 하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취업 스펙(토익, 학점 등 취업에 필요한 능력을 일컽는 말)도 좋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경험과 자신과의 싸움임을 알기 때문에 참가했다"고 당차게 말했다.

 국토지기 양은홍 11기장(제주대 생물학과 3학년)은 "이번 행진은 단순히 걷는다는 의미보다 행진 도중 봉사활동을 하고 각 지역 문화 등도 살펴보면서 도전과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는데 의의가 있다"며 "낙오자없이 지기들 모두 통일전망대에 오르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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