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국무총리와 7개 부처 장관의 얼굴이 새로 바뀌었는가 하면 제주에서는 새 천년 제주교육의 틀을 짜고 다질 임기 4년의 교육감이 선출됐다. 또 3개월후면 총선이다. 이처럼 사회 각처가 뉴밀레니엄이라는 말에 걸맞게 새 판 짜기에 분주하다.

인재를 찾아내는 일도 어렵지만 인재를 그 그릇에 따라 쓰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어렵게 중용한 인물이 몇 달만에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하차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발탁 당시만 해도 그 사람만한 적임자가 없었고 오로지 그 사람만이 국정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장관치고 재임 일년을 넘기는 사람이 드문 것을 보면 써서보니 최고통수권자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인지 그 깊은 속내를 헤아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개각 때마다 보면 인물난이다. 아니면 너무 많아서 골라 쓰기가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의 속담에 ‘먼저 곽외부터 시작하라’는 말이 있다. 제나라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불탔던 연나라 소왕은 전국의 현인들을 모을 결심이었다. 그러자 신하 가운데 곽외라는 사람이 “비천한 저를 중용하시면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 것입니다”라는 얘기를 듣고 곽외를 스승으로 모셨다. 그 결과 천하의 인재들이 몰려 마침내 제나라를 정벌했다.

이는 후에 ‘위대한 계획도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라’는 것과 ‘물건과 일은 말을 먼저 꺼낸 사람부터 시작하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국민의 정부가 사람을 자주 바꾸는 것을 보면 정부쪽의 인재관리에도 문제가 있다. 그것은 인재파일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의 정확한 인사정보의 부재 그리고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옅은 귀에서 오기 때문이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는 최장수 장관이라는 얘기가 사라진지 오래이다. 갈수록 전문화와 지식화 그리고 정보화가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서, 논공행상과 같은 나눠먹기식 인사관행이 단명장관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나라의 소왕처럼 자기주변 사람부터 먼저 쓰라는 것은 아니다. 그때와 지금의 현실은 크게 다르다. 다만 쓸 때 쓰더라도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옥도 닦아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김종배·논설위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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