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향진 <제주발전연구원장>

   
 
   
 

 제주사회가 혼란스럽다. 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청구를 비롯한 대학의 총장임용 문제 등 각종 사회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이 제주특별자치도와 세계평화의 섬, 그리고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현재 제주의 자화상이다.

 특히 이런 갈등들의 모습은 이성적 대립이라기보다는 감정적 대립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물론 갈등이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갈등이 항상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예전의 조직론자들은 갈등을 암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이를 무조건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갈등의 순기능도 인정하고 있고 혁신과 발전을 위해 갈등을 인위적으로 조장하기도 한다. 그만큼 갈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갈등을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즉, 갈등은 관리되어야 하고 통제의 범위 내에 있을 때 지역과 조직은 지속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 갈등의 양면성

 그러나 실제에 있어 다양한 갈등들을 합리적·민주적으로 해결하여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것은 갈등이 초래되는 가장 큰 이유가 자신만이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편견과 오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의견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나와 다를 뿐이다. 이를 인식치 못함으로써 대안에 대한 합리적인 타협과 조정보다는 상대방이 완전한 실패를 유도하려는 zero-sum전략으로 전개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참여를 유도할 장치가 필요하고, 우리 모두의 열린 마음이 요구된다.

 제주사회는 오랜 역사발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경험하였다. 하지만 상호신뢰에 바탕을 둔 성공적인 갈등 해소나 관리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최근의 갈등은 제주공동체를 파괴하고 지역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고착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의 해결 없이는 제주의 정체성은 상실하고 말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회자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자본은 신뢰, 규범, 네트워크로 정의되는 무형의 자산이다. 기존에는 도로, 항만, 공항 등 하드웨어적인 인프라가 지역발전의 원동력이었다면 지금의 정보 및 지식사회에서는 사회자본이 지역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인 것이다.

  # 관건은 갈등의 관리

 제주사회는 이런 높은 사회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하나'라는 강한 제주공동체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다른 지역보다는 지역공동체의식이 강하다. 지역주민들이 동질적인 의식을 공유할 때,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욕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사회문제와 지역발전에 대한 공통의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공동체의식은 무형의 자산인 사회자본의 기초인 것이다.

 향후 사회는 다양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인들로 인해 삶의 개인주의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이로 인한 전통적인 제주공동체의 결속력은 약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지역의 사회적 통합을 향한 구심력보다는 원심력과 균열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변화 속에서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승화된 공동체주의와 더불어 이를 엮어나갈 리더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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