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조정 요구 수용 움직임…홈플러스, 영세 슈퍼와 상생방안 마련키로

[쿠키 경제] ‘골목 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밀려 처음으로 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여론과 시장논리 사이에서 고민해온 정부가 동네 슈퍼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자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출점을 연기하고 동네 슈퍼 측과 상생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셈이다.

홈플러스는 “21일 인천에서 문을 열 예정이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옥련점 출점을 연기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16일 인천슈퍼마켓협동조합이 옥련점 입점을 막아달라며 중소기업청에 낸 사업조정 신청을 정부가 이날 수용하려 하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도 이날 옥련점에 대해 내리려던 일시 영업정지 권고 조치를 연기했다.

일시 영업정지 권고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사업조정 제도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청 산하 사업조정심의위원회가 강제 조정안을 만들 때까지 영업을 중지하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SSM을 운영하는 롯데와 신세계 등 다른 대기업들도 후속 조치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0년 전국 196개에 불과했던 SSM은 2007년 354개, 지난해엔 477개로 급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700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50여곳의 SSM을 운영 중인 홈플러스는 내년 2월까지 100여개를 새로 열 계획이며 신세계 이마트에브리데이(30여개), 롯데슈퍼(20여개), GS슈퍼마켓(10여개)도 올해 신규 입점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미 인천과 충북 청주 등 각 지역 슈퍼마켓협동조합은 새로 문을 열 SSM에 대해 사업조정 신청을 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기업의 투자 문제를 정부가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 여부다. 또한 서민경제 보호가 강조되면서 정작 소비자의 입장이 무시됐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농업이 정부의 과보호로 경쟁력을 상실했듯 정부의 이런 입장이 동네 슈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는커녕 되레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논리가 무조건 옳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동네 슈퍼를 보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면서 ”시장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네 슈퍼도 보호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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