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동네 슈퍼의 반격이 시작됐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인천 옥련점 개점 연기를 계기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이 확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늘리려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안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테스코를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가 가입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중소 유통상인 모임인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23일 회의를 열 예정이다.

◇동네 슈퍼의 반격=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20일 인천 옥련점 개점을 연기하면서 동네 슈퍼들은 잇따라 사업조정 신청을 낼 조짐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옥련점 개점 연기에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을 확인한 만큼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서울 쌍문동, 경기도 안양시, 전북 전주시 등 슈퍼마켓협동조합들은 대기업의 SSM 출점을 막기 위한 사업조정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천 2곳, 충북 청주 1곳 등 3곳에선 운영 중인 SSM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청주 3개 지역 상인들은 개설 예정인 홈플러스 SSM에 대한 사업 조정을 신청했다.

사업조정은 대기업 진출로 중소기업 경영이 위협받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조사·심의를 거쳐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연기하거나 생산 품목·수량 등의 축소를 권고할 수 있는 제도다.

◇대응 방안 고민하는 대형 유통업체=대형 유통업체들은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 한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동네 슈퍼들과 대화부터 하고 나서 어떤 방안이 현실적인 상생 방안인 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중소 슈퍼들이 사업조정 신청에 나서는 것 같다”며 “홈플러스에 대한 사업 조정 신청 사례가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달말 서울에 개점 예정인 이마트 에브리데이 2곳은 영세업체들과 상권이 많이 겹치지 않는 만큼 예정대로 개점하겠다”고 밝혔다. GS리테일 측은 “다음달 말까지는 추가 출점할 SSM이 없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대형업체 규제 쪽으로 흐르는 정부 입장에 대한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은 1996년 유통 시장이 개방되면서 월마트, 까르푸 같은 외국 대형 유통업체들과 싸우면서 경쟁력을 키웠다”면서 “경쟁력을 키우라고 해서 뼈를 깎는 소비자 개선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갑작스런 대형 유통업체 규제 방향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가격, 서비스, 양질의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 데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면 결과적으로 소비자 이익은 침해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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