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제주생명의 전화 상담원

   
 
  '생명의 전화' 소속 상담원과 회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기관인 '제주생명의 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살기 싫다. 죽고 싶다"는 여고생의 전화다.

 성적을 유지하기도 벅찬데다, 기대감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너무나 부담스럽고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어쩌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고자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일지 모른다.

 이처럼 제주생명의 전화는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찾는 곳으로, 연간 전화상담은 2300건이 넘는다.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전화를 걸어온 만큼 제주생명의전화의 역할은 막중하다.

 지난 1991년 문을 연 제주생명의 전화에는 50여명의 상담원이 있다. 전화상담만 이뤄지는 만큼 상담원들은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사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상담원을 자처한 자원봉사자다.

 64시간의 이론교육과 100시간에 달하는 전화실습을 거쳐야 정식 상담원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들은 자비를 들여 모든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사무실도 10여명만 들어서도 답답할 정도로 좁은데다, 운영비도 넉넉지 못해 '1일 나눔터' 등의 행사수입으로 사무실을 겨우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여건에서도 상담원들이 묵묵히 일하는 이유는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더욱이 상담기법과 관련한 교육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갈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화를 걸어오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경제적인 문제도 상담해야하는 만큼 끊임없이 공부를 하지 않고선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15년 넘게 상담원으로 활동했다는 김정호씨(64)는 "과거에는 연인관계나 가정문제 등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정체성을 잃거나 경제적인 문제 등이 상담의 주를 이루고 있다"며 "열악한 여건이지만 상담원 모두가 이웃의 고통을 덜고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희 제주생명의 전화 간사(49)는 "도내에도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겪은 이들이 적잖다"며 "상담원과 대화를 나눈 이들이 삶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전했다.
 
 박 간사는 "이웃의 고통을 내 것처럼 생각하고 사랑의 손길은 내민다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제주생명의 전화가 이런 일에 앞장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상담전화=748-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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