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형 제주영화제 프로그래밍팀장

   
 
   
 
3. 도시위 파란 하늘을 위해-'굿맨'

<애니 / 김동희 / 13분48초 / digi-beta / color>
△상영 일시: 8월 21일 11시 / 8월 22일 17시
△상영 장소 : 씨너스 제주

요즘 전 세계의 화두는 환경문제다. 파괴된 생태계는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고, 화석 연료와 에너지는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

공장장의 처절한 노력은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자연을 되돌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병에 걸린 아내에게 햇빛을 보여 주기 위해 공장장은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하늘에 가득 찬 매연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장장은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지한다. 더 많은 매연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장장의 이런 행동은 시민들의 분노를 사게 된다. 공장이 움직여야 시민들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공장장은 굿맨이 아니었다. 이것이 공장장의 딜레마다. 공장을 가동하면 아내를 잃고, 공장을 멈추면 시민들을 잃는다.

공장장의 아내는 결국 숨을 거둔다. 하지만 아내에게 햇빛을 보여주기 위한 공장장의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침대에 풍선들을 매달아 아내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파란 하늘이 보일 때까지 올라 간 그들은 꽃이 되어 도시 위로 흩날린다.

공장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하늘은 여전히 시커멓다. 하지만 변한 것이 있다. 도시의 시민들이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다시 파란 하늘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고, 언젠가는 도시 위에 파란 하늘이 펼쳐질 것이다. 공장장은 역시 굿맨이었다.

   
 
   
 
4. 만남은 수학이 아니다-'초대'

<극영화 / 유지태/ 11분 / 35mm / color>
△ 상영 일시: 8월 21일 11시 / 8월 22일 14시
△ 상영 장소: 씨너스 제주

진실한 만남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진실한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소통 없는 만남을 가능케 하는 공식을 만들어 그 한계를 극복해냈다. 공식의 핵심은 가식이다. 상대에게 거짓된 정보를 흘려 자신들이 소통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야 공식이 완성된다.

남자(유지태)와 여인(엄지원)은 그 공식을 거부한다. 그리고 공식을 따르는 '보통 사람들'을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한다. 남자와 여인에게 '보통 사람'이란 자기도 모르게 똑같이 생각하고 맹목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들이 보통 사람과 닮아간다는 것이다. 외로움에 지친 남자와 여인은 공식에 저항할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초대 메시지가 담긴 문자가 도착한다. "특별한 당신을 그 안으로 초대합니다." 그들이 초대된 곳은 30분의 시간이 주어진 비밀의 방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비밀의 방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만남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며, 조건과 취향에 맞는 사람들만을 선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철저한 익명성이 보장된다. 그런 곳에서 가식 없는 만남이 이루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진실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진실한 만남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소중한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 아니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공식 같은 것은 잊어라. 만남은 수학이 아니다. <현민형 제주영화제 프로그래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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