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모저수지는 민물새우와 물달팽이 등 먹이감이 비교적 풍부해 철새들의 낙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두모저수지·멋못(한경면 두모리)

 한경면 두모저수지로 가는 길은 넉넉하다.예로부터 곡창지대로 알려진 ‘볼래섬’들녘,그 수로를 따라 200m가량 가로질러 가는 길은 지금 맑고 푸른 가을 하늘아래 수확의 기쁨이 가득하다.

 벼가 누렇게 익어 바람에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것이 마치 물결이 치는 듯 하다.

 이 시기의 들녘은 한나절의 풍광만으로는 참모습을 알수 없다.석양이 물들 무렵이면 들녘은 황금색이 된다.

 길 안내를 해준 김시준 두모리장(48)은 “태풍 ‘프라피룬’‘사오마이’의 잇단 내습을 잘 견디어 내 수확의 기쁨이 그 어느 해보다 더하다.풍작이다.다른 지방과는 달리 피해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물이 마르는 일이 거의없는 두모저수지는 이 ‘볼래섬’들녘의 버팀목이나 다름없다.

 이 저수지는 ‘볼래섬’들녘뿐만 아니라 금등리 지경의 ‘도린목’들녘까지 이 일대 15㏊의 벼 경작지에 물을 대고 있다.

 이 저수지는 지난 58년에 축조됐다.처음에는 1000평규모였다.두모리는 지형적으로 함진 곳이 많아 힘들여 땅을 파지 않아도 비교적 물이 잘 고인다.그러나 마냥 하늘에 기대 벼농사를 지을수 없는 일.당시 주민들은 삽과 곡괭이로 저수지를 팠고 일당으로는 구호물자로 나온 밀가루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두모저수지는 1966년께 3000평규모로 확장 축조됐다.

 이 마을에 사는 양성진(51)씨는 “3년 전에 큰 가뭄이 들어 양수기로 물을 퍼 올릴때는 뻘 바닥에서 팔뚝만한 드렁허리가 꽤 나왔다”며 “좀처럼 물이 마르는 일이 없기 때문에 수생식물과 어류의 생태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돼 있다”고 말했다.

 저수지 동쪽에 자리잡은 크고 오랜 소나무숲은 백로·왜가리의 보금자리.이따금 저수지로 내려와서 민물새우와 물달팽이를 잡곤 한다.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제방에는 억새와 띠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또 저수지 서쪽 수심이 낮은 곳에는 외래식물로서 번식력이 좋은 ‘털물참새피’가 계속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저수지를 한바퀴 돌고 돌아갈 무렵에 70대 촌로가 낚시대를 드리웠다.시간이 멈춘 듯 한가로운 분위기다.조심스레 다가가서 ‘요즘 많이 잡히느냐’고 물어봤다.그는 ‘소일거리’라며 ‘나는 지금 세월을 낚고 있는 중’이라고 미소를 띤다.춘화추실(春花秋實·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이란 말이 있듯 그의 모습이 무척 여유롭게 다가왔다.

 멋못은 ‘두모못’이라고도 하며 두모리사무소 맞은 편 200m 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못은 설촌이래 주민들과 동고동락했던 그리움의 공간이다.40대이상 중년들은 이린시절 못 중앙에 자리잡았었던 높이 2m·넓이 1평 크기의 ‘셋팡’까지 경쟁하듯 헤엄을 쳤던 기억을 잊을수 없다.

 또 당시 부녀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들녘에서 농사일을 하고 집에 들어 왔기 때문에 밤중이나 새벽녘에 물허벅을 지고 물을 길러갔다.이 때 먼못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오리떼가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하고 날아오를 때면 매번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곤 했다.

 1984년에 펴낸 두모리지에 따르면, "이 못은 설촌과 함께 음용수로 사용했다.면적은 500평가량 된다.그러나 인구가 불어나고 멋못이 우마급수장으로 쓰임새가 확대되자 멋못 남쪽에 작은 못을 팠다.이 못은 음용수로 언제나 새파란 생수가 솟아났다.특히 1864년께 가뭄이 크게 들어 못 주변이 바닥을 드러내자 통정대부 문계홍이 마을청년들을 규합해 못을 확장했다.당시 20여일 공사 끝에 못 크기가 1500평가량 됐다.1924년에는 못 입구 양쪽에 석축을 쌓고 인근 한원리에서 50년생 팽나무를 옮겨 심었고 1935년에는 잉어를 방사했다.당시 잉어회는 술안주로 일품이었었다"고 적혀 있다.

 멋못은 그러나 69년 상수도가 개설됨에 따라 물의 활용가치가 적어지기 시작했다.또 79년 우회도로 개설과 함께 일부 매립됐다.

 지금 이곳에는 구실잣밤나무와 워싱토니아를 배경으로 소공원이 조성됐고 비단잉어·향어·금붕어·개구리·소금쟁이 등이 산다.대표적인 식물로는 애기마름과 개여뀌·빗자루 국화를 꼽을수 있다.<취재·사진=좌승훈·좌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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