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제주외고 논술교사

 신종인풀루엔자의 위험을 뚫고 나는 10개월 된 딸을 안고 공항으로 남편을 마중나갔다. 딸은 한 달에 한 번 길어야 3~4일 만나는 아빠의 얼굴과 채취를 기억하곤 두 팔을 벌려 아빠에게 포옥 안긴다. 어쨌든 남편이 오기만 하면 딸의 모든 것은 남편의 몫으로 8월 초까지만 해도 훌륭하게 소화해 냈었다. 그런데 9월 4일의 만남은 아니었다. 딸은 찡찡거리고 남편은 낑낑거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딸은 표현이 다양해지고, 반항하고, 고집이 생기고,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10개월인데 아빠는 여전히 8개월의 육아를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3일간 부녀지간의 사오정 대화법, 빗나간 의사소통은 계속되었다.

 소리가 나는 책을 만지던 딸이 울자 놀란 남편은 딸을 안으며 달래는데 딸은 몸을 뒤로 젖히며 더 크게 운다. 나는 책을 눌러 동물 소리 나게 해주라는 처방을 내렸고, 남편이 그렇게 하자 딸은 신나서 방긋방긋 웃는다. 그러자 남편이 하는 말!

 "허, 참! 이거야? 이게 하고 싶었어? 말을 하지! 아빠가 몰랐잖아~" 10개월 된 딸더러 말을 하란다. 아니 딸은 이제껏 열심히 말했는데 괜히 딸 탓을 한다. 이뿐인가?

 딸아이가 검지손가락을 펴서 가리키는 행동을 하는 건 "이~티~"라고 하면서 상대방이 손가락을 펴서 자기 손가락에 맞닿게 해달라는 거다. 그런데 남편은 "예림아! 왜? 저기 뭐가 있어?"라며 딸아이를 실망시킨다. 또 입을 벌려 달려드는 건 뽀뽀인데, 입 벌리고 달려들자 "왜? 배고파?"라고 묻는다. 아! 또 한 번 우리 딸, 아빠한테 배신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리고 팔이 짧아서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릴 수 없는 딸은 두 손을 양쪽 귀에 대고 '사랑해'를 표현하는데 남편은 "어? 예림이 몰라? 한다!"하며 감탄을 한다. 어떻게 사랑해가 몰라로 이해가 되었을까?

 이렇게 10개원 될 딸은 땀 흘리며 온 몸으로 말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는 찡찡거리지 말고 말을 하라고 타이르고, 딸의 무한 사랑의 표현을 아빠는 이해하지 못하는 가슴 아픈 3일이 흐르고 아빠와 헤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예림아! 아빠, 빠이~빠이~"라는 소리에 두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이것은 "아니, 아니"라는 뜻이다)아빠에게 꼭 안겨 안 떨어지려는 것이다.내게 안기고도 아빠를 향해 두 팔을 벌려 "으~앙!"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다.

 "우리 딸 아니! 아니구나~ 아빠랑 헤어지기 싫구나~" 감격이다. 남편이 처음으로 딸아이의 표현을 100% 완벽 이해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어찌 헤어짐의 순간이란 말인가!

 "아이고, 어떡해! 우리 딸! 아빠가 빨리 갔다가 빨리 올거야! 울지마!"

 남편은 딸 아이의 많은 말들을 이해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부족한 아빠를 향해 무한 사랑으로 안기는 딸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안쓰러워 가슴이 아프다는 문자를 남겼다.

 "다음엔 꼭 아빠가 예림이 말 모두 이해해줄게!"  <강혜경·제주외고 논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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