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낭만의 계절인 반면 우울한 사람들도 늘어나고, 우울을 벗 삼아 음주족들도 늘어난다. 그러나 우울할 때 마시는 술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우울증에 빠지면 뇌(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강한 독성이 뇌세포 파괴를 촉진시켜 짜증, 신경질, 불면증, 불안 및 우울증, 죄책감을 유발해 우울증이 더 심해진다. 결국 우울한 기분 때문에 마신 술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꼴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선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이무형 원장은 “가을에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하고 “한 잔 정도의 술은 우울한 기분을 잊게 해줄 수 있지만 우울증을 술로 다스릴 경우 오히려 감정 기복이 심화돼 우울한 기분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사랑병원의 2009년 9월 입원환자 19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알코올 의존환자 195명 중 42%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19%가 자살시도를 했던 경험자였으며, 두 항목 모두 남성 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았다.

#음주가 우울증 더 키워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항우울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 분비는 저하되고, 정신을 차분하게 하는 멜라토닌 같은 신경 전달물질 분비가 증가해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이때 한두 잔의 술은 진정작용을 일으켜 우울한 기분을 해소시키기도 한다. 알코올은 코카인처럼 특정한 뇌세포들을 직접 자극하기 때문에 섭취량이 적을 경우 뇌세포를 자극해 기쁨과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자가투여이론’에 의하면 “우울증을 느끼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감정을 조절하고 외부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울증에 빠지면 뇌(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뇌세포 파괴가 촉진되고, 뇌기능은 더욱 저하되어 우울증이 더 심해진다. 결국 우울증을 이기고자 음주하면 일시적으로 기쁨을 누리지만, 알코올의 효과가 사라지고 난 후 다시 우울해지고, 그래서 더 많은 양의 술을 계속 마셔 결국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게 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1/4내지 2/3에서 일생 동안 이차적인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남자 환자보다 여자 환자에서 우울증이 더 많고 알코올 의존증과 우울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 자살시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다사랑병원의 조사결과에서도 “알코올 치료환자의 42%가 우울증세를 겪었고, 이중 19%가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우울증-음주-우울증-음주-우울증-음주→자살이라는 공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울하다고 술을 반복적으로 마시는 행위는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몸을 망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울증-알코올 부메랑 효과 끊어야

우울증은 경한 우울증과 심한 우울증으로 구분된다. 경한 우울증은 정서적으로 우울하고 슬픈느낌, 자신감이 없는 상태, 삶에 대한 의욕이 없고 피곤하고 일하기가 싫고 혼자만 있으려 하는 증세다. 심한 우울증은 경한 상태와 비슷하지만 감정적 고통이 더 심한 상태다. 이들 우울증에 동반되는 증상은 불안과 알코올 의존, 물질남용, 신체장애로 나타난다.

△ 계절적 우울증-시간 지나면 없어져 술로 달래면 안돼

계절적 우울증은 1년 중 특정시기와 관련한 우울증으로 햇빛이 적어지거나, 실직이 많아지는 가을 이후에 주로 생기지만, 햇빛이 좋아지는 봄에는 다시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계절적 우울증은 곧 지나감으로 술을 벗하기 보다는 충분한 수면이나 광선치료가 도움이 된다. 숙면을 위해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이 중요하고, 잠자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피로가 풀려 잠을 청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광선요법은 주로 병원에서 하는 10,000럭스의 빛(햇빛은 50,000럭스)으로 하루에 15분 내지 3시간 동안 햇빛이나 인공광선 조명등 아래 앉아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자주 햇볕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예방법이 되겠다. 우울한 기분을 없애기 위해 술을 한 두 잔 마시는 은 점점 내성을 불러오며 이는 우울증이나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질 소지가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우울하다면 알코올 대신 인지치료, 가족치료를

“우울한 기분을 이겨내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알코올 의존증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연구진의 실험에 의해 밝혀졌다. 특히 남성들이 더욱 그렇다는 것. (알코올 의존 : 임상-실험연구 Alcoholism :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 게재) 이유인즉슨 남성들의 우울증 해소법은 오로지 술이기 때문에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기분 조절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알코올 대신 인지치료나 가족치료 같은 것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이들 치료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한테도 적용되는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응용가능하다. 먼저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고, 선문답식 대화와 일기쓰기(인지치료) 등도 도움이 된다. 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며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으로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주는 것도 권할 만 하다.

△ 혼자 마시는 술은 금물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세 중 하나가 바로 ‘혼자만 있으려 하는 것’. 그렇다 보니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독주는 매우 위험하다. 혼자서 술을 마시게 되면 기분이 풀리기도 어렵고 대화상대가 없어 술을 빨리 마시게 된다. 술을 급하게 마시면 음주량은 더 많아지고 취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알코올 의존증 진행단계는 사회적 음주단계, 문제성 음주단계, 알코올 의존증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술을 혼자서 마시는 것은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기 전 단계인 문제성 음주단계로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알코올 의존증의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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