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에 대한 주의와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A형 간염은 특히 20∼30대 젊은층에서 많이 발생해 경각심을 던져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형 간염 감염자는 올해에만 9월말 현재 1만2000명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약 80%가 20∼30대였다. 사망자도 15명이나 나왔다. 치사율로만 봤을 땐 신종 플루보다 더 무서울 수 있는 것이다.

A형 간염과 함께 C형 간염 역시 30대부터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C형 간염의 경우 성적인 접촉, 문신, 피어싱, 약물 남용 등을 통해 주로 감염되기 때문에 최근 젊은층의 개방 풍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함께 간경변증, 간암 등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성이 아주 높아 젊어서부터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A형 간염, 20∼30대 항체 없어 취약=A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된다. 초기 증상은 발열, 오한, 구토, 설사 등 감기 증상과 비슷해 가볍게 생각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별한 치료제는 없으며, 백신 접종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문제는 A형 간염의 경우 국가 필수 예방 접종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은 '권장 항목'으로, 접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A형 간염은 젊은 사람일수록 항체 보유율이 현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는 38.8%, 20대는 4.4% 만이 항체를 갖고 있었다. 이에따라 보건당국도 A형 간염을 '제1군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필수 예방접종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상의 이유로 법률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양대 구리병원 소화기내과 손주현 교수는 "최근 신종 플루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손을 자주 씻는 등 위생 관리에 신경을 써서 환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직장인이나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A형 간염 예방 접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20대 이상의 경우 혈액 검사로 A형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한 후 예방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단, 현재 A형 간염 백신의 공급 부족으로 일반 동네의원에서는 항체 검사만 가능하고 접종은 불가능하다. 항체 검사비는 3만∼4만원선, 접종비는 성인 기준 8만∼10만원선이다.

◇간암 등으로 진행위험이 높은 C형 간염도 증가세=A형 간염 보다 확산 속도는 느리지만 C형 간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2년 1927명이었던 C형 간염 환자가 지난해 640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한번 앓고 끝나는 A형 간염과 달리 C형 간염은 걸리면 만성 간염으로 발전할 확률이 70∼80%로 아주 높다. 이 중 20∼3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예방 백신이 없기 때문에 전염 가능한 행동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되며 침술, 문신, 피어싱, 오염된 주사기 등 피부를 뚫는 모든 행위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손톱깎이, 칫솔, 면도기 같이 혈액이 묻을 수 있고 피부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생활용품을 통해서도 전염 가능하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창홍 교수는 "국내 간염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B형 간염에 비해 비교적 환자 숫자도 적고 덜 알려져 있는 C형 간염 환자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국가 필수 예방 접종 항목인 B형 간염은 어릴 때 부터 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C형 간염은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C형 간염은 감염 초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20∼30년 후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발전된 뒤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간학회는 오는 20일 '간의 날'을 앞두고 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45개 의료기관에서 간 건강을 위협하는 A, B, C형 간염과 만성 간 질환에 대한 공개 건강강좌를 개최한다. 34개 병원은 무료 검진도 실시할 예정. 자세한 일정은 대한간학회 홈페이지(www.kasl.org) 및 블로그 (http://liver1020.tistor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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