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초겨울 새들 많아져 '조류 퇴치작전' 안간힘

   
 
  조류퇴치팀.  
 

"탕,탕,탕∼."

9일 오후 2시께 제주국제공항 서쪽 활주로 끝 부분에서 꿩 한 마리가 활주로로 접근하자 조류퇴치팀(BAT·Bird Alert Team) 양영윤팀장(49)의 엽총이 불을 뿜었다.

마침 항공기가 이·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꿩이 착륙하는 항공기와 충돌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양 팀장은 "보통 새들은 아침시간과 저녁 때 활동이 왕성해지는 데 지금 시간에 꿩이 돌아다니는 것은 처음 본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최근 가을로 접어들면서 제주국제공항에 새들이 모여들면서 공항 조류퇴치팀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새'들과의 끝없는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공항 주변에 농경지가 많아 콩, 조 등 농작물 수확시기가 되면서 까지, 꿩, 비둘기, 참새 등 온갖 새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기껏 새 한 마리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시속 370㎞로 이륙하는 항공기에 1㎏도 안 되는 새 한 마리가 부딪쳐도 5t에 달하는 순간 충격이 가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 배윤구 항무팀장은 "제주공항은 활주로 주변으로 농경지가 많아 가을이면 새들이 많아진다"며 "활주로 남쪽 밭에서 먹이를 먹던 새들이 북쪽 밭으로 이동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항 녹지대를 마구 드나들며 '버드 스트라이크'를 유발하는 새들이 많아지면서 조류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이 총동원되고 있다.

활주로 주변 풀을 주기적 베어 새가 서식할 만한 장소를 없애고, 살충제를 뿌려 먹이가 되는 벌레들을 없앤다.

심지어 새들이 무서워하는 맹금류의 울음소리를 확성기를 통해 틀어놓거나 모형을 갖다 놓기도 한다.

그러나 '새들과의 전쟁'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이젠 새들도 독수리 울음소리와 모형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배윤구 팀장은 "지난 추석 기간에 새 때문에 항공기가 지연 출발 한 적이 있을 뿐 지금까지 제주 공항에서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사고는 한건도 없었다"며 "제주공항은 하루에 항공기가 250∼280대가 이착륙을 하는 만큼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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