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위기의 어촌계 변해야 산다
시정명령 등 통제장치 허술…감사권도 형식 수준 머물러
각종 부조리 잇따라 드러나며 전체 이미지 실추 악순환

   
 
  어민들을 대표해 정부와 자치단체 투자 사업을 수행해오던 어촌계에 최근 잇따라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서 전체 어촌계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따는 지적이다. 사진은 어촌계 사업 중 하나인 인공어초사업.  
 

올해 어촌계 비리 적발 현황

▲4월-패조류투석사업 건설업체 결탁 의혹
▲5월-환경기초시설 지원사업 모조금 편취
▲6월-어촌계 회계원 공금 횡령 혐의 적발
▲8월-어장관리선 매각대금 등 공금 횡령
▲10월-자율관리어업 육성사업 비리 적발


바다에 삶을 의지했던 어민들에게는 일정한 조업질서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수산업협동조합이 설립됐으며, 산하조직으로 지금의 어촌계가 탄생했다. 하지만 어촌계는 연안어장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만큼 행정기관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사업추진 과정에 부조리가 연이어 발생, 어촌계 전체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있다. 어촌계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체계적인 감독 한계

어촌계 조직은 수산업협동조합법(이하 수협법)에 뿌리를 둔다.

수협법은 지난 1962년 정부 최고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법률로 제정, 공포됐다.

수협법 제정 당시 수협의 종류는 지구별어업·업종별어업·수산물제조업 협동조합으로 구분됐는데, 지구별어업 협동조합 산하조직으로 어촌계를 설립할 수 있도록 명시, 지금의 어촌계가 탄생했다.

문제는 어촌계를 체계적으로 지도·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현행 수협법을 보면 어촌계 설립은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어촌계 업무에 대한 지도·감독의 책임은 지구별수협의 조합장에게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보조 사업 및 관련 업무만 지도·감독하도록 했다.

어촌계에 대한 설립인가와 지도·감독에 대한 책임이 이원화되는 문제가 발생, 어촌계 업무에 대한 지도·감독의 책임을 전가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지구별수협과 지방자치단체에 어촌계 업무를 지도·감독하도록 하는 책임만 부여했을 뿐 업무추진 과정에 생기는 문제와 관련, 시정명령 등의 통제장치가 별도로 명시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외에도 지구별수협과 지방자치단체가 어촌계 감사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수협법상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만 가능, 적극적인 감사도 쉽지 않은 상태다.
 
△각종 부조리로 얼룩

어촌계 조직의 뿌리가 되는 제도적 장치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각종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촌계가 예산 집행에 경험이 부족한 점을 감안, 각종 사업추진과정에 적극적인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지만 제도적인 문제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게다가 사업추진과정에 발생하는 문제를 즉시 시정하도록 하는 통제장치가 없다보니 결국 사법 처리되는 상황이 발생, 어촌계 전체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도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로 어촌계장과 전 어선주협회장 등 15명이 해경에 무더기 검거됐다.

자율관리어업 육성사업 추진과정에 어선관리 크레인 차량을 구입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 등이다.

특히 제주도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지은 해녀공동작업장을 목적과 달리 개인에게 임대해준 혐의도 4년 만에 드러났다.

앞선 지난 8월에는 제주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아 건조한 어장관리선을 개인에게 매각, 판매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어촌계장이 검거되는가 하면 지난 5월에는 환경기초시설 주변지역지원사업 추진과정에 어촌계장이 국가보조금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도 밝혀졌다.

또 지난 4월 패조류 투석사업과 관련, 시공업체로부터 공사 수주조건으로 개인당 300만원씩 받은 혐의로 어촌계장 30명이 해경에 입건되는 등 부조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와 함께 양식장 등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자원 조성 등의 공익적 사업에 사용하기보다는 어촌계원들이 나눠 갖는 관행도 문제점으로 지적, 개선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미흡한 제도 정비 시급

도내에서는 100개 어촌계가 설립인가를 받아 조직, 운영중이다.

이런 점에서 보조금을 횡령하는 등 부조리에 연루된 어촌계는 사실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어촌계의 부조리로 인한 파장은 전체 이미지를 흐리게 할뿐더러 어촌계 발전에도 적잖은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게다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어촌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어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어촌계의 설립인가와 지도·감독에 대한 책임을 일원화하고 사업추진과정에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히 조치할 수 있는 통제장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생산과 유통, 가공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단위조합 형태로 재편하는 어촌계의 규모화 방안에 대한 검토 필요성도 제시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내 어촌계도 자체적으로 부조리 근절을 위한 자정결의대회를 준비하는 등 이미지 전환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어촌계가 경험이 부족한 만큼 사업추진에 앞서 행정에서 입찰을 대행해주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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