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을 계속 적용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대로 유죄가 선고됐지만 형량은 낮아졌다. 하지만 현행법 효력이 살아있는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른 판결이라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재심으로도 구제를 받을 길이 없어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구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조창학)는 대구지역 시민단체 간부 4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낮은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야간 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선고는 지난해 8월에 있었다. 재판부는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난 이상 합헌을 전제한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겁다"고 밝혔다. 울산지법 형사3부(부장판사 최주영)도 지난달 29일 현대미포조선 앞에서 야간집회를 벌인 최모(33)씨에게 징역 1년10개월,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시위 중 경찰관을 폭행해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내려졌다.

하지만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홍진표 판사는 지난 14일 집시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박모(44)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4월 28차례 야간 미신고 옥외집회를 개최한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현행법을 적용해 선고했다.

현재 야간옥외집회 규정을 위반해 재판에 계류 중인 이들은 전국적으로 914명이다. 일부 재판부는 법 개정을 기다리며 심리를 중단했고 일부는 현행법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면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재심으로 구제받을 수 있지만 현행법의 효력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내려진 판결은 재심 대상이 아니다.

다만 확정 판결 전에 법이 개정되면 소급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일선 판사 사이에는 법 개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과 현행법에 따라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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