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 무죄 외 '무조건 항소' 방침, 확정까지 수년 걸릴 듯

   
 
   
 
논문을 조작해 연구비를 받아내고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황우석 박사에게 일부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배기열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 박사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 SK·농협 지원 연구비 20억 사기 혐의 '무죄'

재판부는 먼저 지난 2005년 7월과 9월 SK와 농협으로부터 각각 10억 원씩, 모두 20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지원받은 부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SK나 농협이 연구비 지원을 먼저 제안한데다 연구비 지원에 대한 특별한 반대급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기로 연구비를 가로챌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재판부는 또 황 박사가 받은 돈의 일부를 귀국비 등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은 있지만 처음부터 연구비를 편취할 목적으로 두 회사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SK와 농협 모두 연구비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고, 별다른 고소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정부·민간지원 연구비 횡령 혐의는 '유죄'

재판부는 그러나 황 박사가 지난 2000년 10월부터 재정경제부 산하 신산업전략연구원으로부터 실험용 소를 구입하는 것처럼 허위문서를 꾸며 5억 9000만 원을 가로챈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5억 9000만 원이 빼돌려지는 과정에서 두 단계에 걸쳐 자금 세탁이 있었고, 이 돈을 황 박사가 사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횡령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2004년 6월부터 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연구과제지원비 15억 원 가운데 실험용 돼지를 산다고 허위세금계산서를 꾸며 1억 9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도 역시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만약 연구비 외의 용도로 전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연구비가 지원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황 박사가 난자기증자에게 금품을 지급하는 등 생명윤리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 '섞어심기', 김선종 연구원도 집행유예

한편 2005년 논문작성과정에서 '섞어심기'를 이용해 황 박사의 연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토록 사주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선종 전 미즈메디 연구원에 대해서도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과학연구에서 실패가 예상되더라도 실패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연구에 도움이 된다"며 이미 연구가 실패단계여서 업무방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김 전 연구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지원 연구비를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천 서울대 교수와 강성근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3000만 원과 벌금 1000만 원, 미즈메디 연구비를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윤현수 한양대 교수에 대해서는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됐다.

황 박사에게 난자를 제공해 생명윤리와 안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에 대해서는 '위법행위지만 직접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으며, 난자실비보상 규정을 마련할 기준을 제공했다"며 형의 선고가 유예됐다. 앞서 황 박사는 지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사이언스지에 조작된 줄기세포 논문을 발표한 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로부터 20억 원의 연구비를 받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황 박사는 또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를 가로채고 난자제공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생명윤리볍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황 박사를 지난 2006년 5월 기소하면서 줄기세포 논문의 조작 여부는 학계가 판단해야 한다며 기소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황 박사가 논문의 오류를 알면서도 연구비를 지원받았는 지가 쟁점이었다.

황 박사의 공판은 지난 2006년 6월 20일 처음 열린 뒤 지금까지 3년 4개월 동안 모두 43차례 열렸으며, 검찰의 수사기록이 2만여 쪽에 이르고 증인도 60여 명을 신문하는 등 지루한 공방을 이어왔다.

한편 황 박사의 변호인 측은 무죄 외의 판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무조건 항소를 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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