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서귀포시 문화재 지표조사 미이행” 판시
연산호군락 판단 기준 작용...해군기지 사업에 영향

   
 
  ▲제주지법 행정부는 18일 서귀포시가 추진한 강정해안도로 사업에 대해 문화재보호법상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판결했다. 행정기관이 법규를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조성익 기자  
 
속보=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부지와 인접한 서귀포시 강정해안도로 개설사업 마구잡이 추진 논란(본보 5월13일 11면)과 관련, 서귀포시가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문화재 지표조사를 무시한 채 착공, 문화재 확인이 불가능해지는 등 자연환경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강정마을 앞바다에 분포한 천연기념물 연산호군락이 법적 절차 이행여부의 판단기준으로 작용, 앞으로 공유수면매립 등 앞으로 해군기지 사업추진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김현룡 수석부장판사)는 18일 주민 김모씨(35)가 서귀포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결정 및 고시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2월부터 12억5900만원을 투입, 도시계획도로 중로2-5구간인 강정해안도로 확장·개설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사업부지 인근에 문화유적분포지도에 명시된 ‘들어물소금밭’이 있는데도 문화재 지표조사를 거치지 않고 착공하는 등 법적 절차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 논란을 불렀다.

게다가 시는 착공 이후 10개월이 지난 뒤에야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사업을 강행해왔다.

특히 시는 문화재 지표조사결과 이미 기반공사의 진행으로 지표조사 대상지가 전면적으로 파괴돼 유물이나 유구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는데도 “문화재보호법에서 규정하는 현상변경허가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서귀포시는 해당토지가 천연기념물인 연산호군락지 보호구역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 지역임에도 문화재 현상변경 등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므로, 문화재보호법상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서귀포시가 시행한 문화재 지표조사 결과보고서에 의하더라도 서귀포시의 하자는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법령에 위반된 것으로서 그 하자의 정도가 중대·명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서귀포시가 환경영향평가법과 도시계획시설규칙을 위반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선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서귀포시 관계자는 “강정해안도로 개설사업과 관련한 법원 판결을 면밀히 분석한 뒤 대응방안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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