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날로 심화되는 서귀포시 침체

   
 
  ▲ 서귀포시 상권의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재래시장 역시 오후 서너시간 잠시 북적이는 것을 제외하면 하루 대부분 오가는 사람없이 한산하기만 하다. /윤주형 기자  
 

재래시장 오후 서너시간 반짝 장사…하루 대부분 한산
중심가 중정로도 밤 9시 이후엔 문닫는 상가 많아 적막

서귀포시 경제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가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가 하면, 저녁 9시 이후 일부 상가들은 아예 전등을 꺼놓는 등 서귀포시가지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2009년 한달여를 남긴 주말, 지난 5일 서귀포 재래시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오후 1시 재래시장엔 상인들을 제외하면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도 물건을 구경하거나 구입하기 보다는 지나가고 있었다.

조용하기만 한 재래시장이 오후 5시가 되자 한사람 두사람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후 7시를 조금 넘어서자 상인들 조차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나 서너시간 북적이던 재래시장은 이내 텅 비어버렸다.

오후 5시 재래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저녁 장사를 앞두고 상인들의 손길이 다시 분주해졌다. 생선상자에 얼음을 갈아 넣는 아주머니, 텃밭에서 기른 각종 야채를 다시 손질하는 할머니, 동태를 손질하는 할머니,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목도리를 칭칭 동여맨 채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이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전 오후 5시 서귀포 재래시장은 사람사는 곳같다. 곳곳에서 흥정을 위한 실랑이가 벌어진다.

시장 한켠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는 "이젠 깍아 달라는 사람도 별로 없다"며 "요즘은 500원, 1000원만 깍아달라는 소리가 귀찮지 않고 반갑기만 하다"고 말한다.

오후 6시가 되자 올레꾼들이 하나 둘씩 재래시장으로 몰려온다. 올레꾼들은 재래시장 할머니들이 차려놓은 좌판을 지나치며 싱싱한 수산물이 퍽떡이는 수산물 좌판대로 발길을 향한다.

하지만 오후 7시가 조금 지나자 재래시장은 파장 분위기다. 운이 좋아 갖고 나온 물건을 다 판 아주머니는 집에서 손자와 함께 먹을 구수한 된장찌게를 생각하며 자판 정리에 손길이 분주하다.

서귀포 재래시장에서 23년 동안 생선을 팔고 있는 할머니는 "오늘은 운이 좋아 생선이 다 팔렸다"며 "예전 같지 않아, 다 팔지 못하고 집에 들어가는 날도 허다 해"하며 한숨을 쉰다.

오후 9시 서귀포 중심거리 중정로엔 사람보다 도로변에 주차된 차들이 더 많아 보인다. 연말 주말임을 감안하면 9시가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지만, 중정로는 썰렁하기만 하다.

오후 9시 30분 환하게 불을 밝혔던 상가들이 하나 둘씩 전등과 네온사인을 끄고 있다. 오후 10시가 되자 불을 켠 상가보다 불을 끄고 있는 상가가 더 많아 말 그대로 도시가 적막하다.

12년 동안 중정로에서 옷을 팔던 상인은 "예전엔 밤에도 환하게 불을 켜놨지만 요즘은 벌이가 시원치 않아 전기세 내기도 벅차 네온사인과 전등을 꺼놓고 집에 들어간다"며 출입문을 잠근다.

그는 "외환위기 때 보다 요즘이 더 힘들다"며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옷을 사 입지, 매장에 들러 옷을 구경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이처럼 서귀포 중심상권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지만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만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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