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근무일수 제외로 요건미달…희망근로자들 "생계 막막"

정부나 공공기관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6개월 한시적으로 마련한 희망근로 등이 만료됐지만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으면서 저소득층들이 생계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요일은 근무일수에서 빠졌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추운 겨울 저소득층의 생계 문제가 달린 만큼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처음에는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실업급여 못받아 생계 막막"

서울 시내 한 구청에서 주차요원으로 6개월간 희망근로를 했던 김복열(60 여)씨는 실업급여를 문의하기 위해 고용지원센터를 찾았다 해당사항이 없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달에 80만원 남짓되는 돈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했던 김씨는 근로기간이 끝나고 실업급여마저 받을 수 없게 되자 "당장 쌀 팔 돈도 없이 겨울을 나는 처지"가 됐다.

김씨는 "처음에는 구청 담당 직원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3개월전부터 못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면서 "6개월을 일했으니 당연히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막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영등포 구청에서 희망근로로 일했던 배모(47)씨와 이모(45)씨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했다 허탈하게 돌아섰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가입기간이 180일 이상이어야 하는데 토요일은 근무 일수에서 제외돼 150여일밖에 안된다는 것이 센터측 설명이었다.

배씨는 "처음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겠다고 시작한 것인데 실업급여를 못받게 매몰차게 일수로 계산하냐"고 한탄했다.

이씨도 "일하는 동안 고용보험 등 4대보험금도 꼬박꼬박 내서 모두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겨울이라 건설현장에 일거리도 없는데 당장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정부의 초단기 계약직, 실업급여 안주기 위한 꼼수행정"

이처럼 연말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일자리를 잃고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속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해 전국 1만9천여개 사업장에서 25만여명을 고용한 '희망근로프로젝트'가 12월을 기준으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희망근로직은 각 지자체에서 저소득층의 생계지원을 위해 직접 고용한 특수직이지만 대부분 주5일제로 토요일에 근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임시직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대한주택공사가 일자리나누기의 일환으로 올해 초 모집했던 1천여명의 주부사원들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됐다.

부산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55)씨는 주부사원이 끝나고 최근 1차로 수령했던 17만원의 실업급여를 반환하라는 고용보험센터에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형편이 어려운 주부들이 대부분인데 처음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교육까지 받았지만 다시 안된다고 연락이 와서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노동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에서는 "주5일제 근무라고 해도 각 사업장의 재량에 따라서 토요일 근무가 무급휴일로 빠질지 아닐지가 결정되는데, 희망근로의 경우 구청 등 대부분 지자체가 토요일을 무급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정책적 배려가 있었다면 주5일제라고 해도 토요일을 포함시켜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행안부에서는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규정에 따라 처리될 뿐"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매몰차게 토요일을 제외한 사이, 반년을 일하고도 실업급여를 못받게 된 저소득층의 상실감은 크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반년 만에 다시 실직상태에 빠진 것도 문제인데 실업급여까지 못받는 것은 가혹한 조치"라며 "정부에서 애초에 6개월짜리 초단기직을 만든 것도 계약기간이 끝난 뒤 실업급여를 주지 않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 가입기간을 120일로 단축하자는 법안이 제출된 만큼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