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듀 2009! 가정위탁과 함께 희망을 나눠요 행사
손자·녀 셋 10년 키운 이행순 할아버지 등 따뜻한어머니상

 '아듀 2009! 가정위탁과 함께 희망을 나눠요'행사에서 홍익아동보육센터 중창단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머리에 서리꽃이 핀 칠순 할아버지의 눈가가 반짝인다.

 올해로 10년째 자신의 손에 남겨진 3남매를 키우고 있는 이행숙 할아버지(70·제주시 한림읍)는 '따뜻한 어머니상'을 받아들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참 엄마·아빠를 찾을 나이에 할아버지와의 생활을 시작했던 막내가 초등학교 5학년 의젓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향해 박수를 친다.

 지난 26일 열린 '아듀 2009! 가정위탁과 함께 희망을 나눠요'행사장에서 만난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 할아버지 외에도 남동생의 자녀 둘을 친자식처럼 거둬 길러낸 조복순 어머니(51·서귀포시 강정동)와 두 살배기 위탁자녀를 4년째 돌보고 있는 이정례 어머니(54·제주시 오라동)에게 '따뜻한 어머니상'이 수여됐다.

 진심으로 어려움을 이해하고 고마운 마음을 담은 박수 소리는 한참동안 이어졌다.

 행사장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로 가득했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지, 어머니는 누구인지 하는 평범한 질문은 없다. 대신 '○○야'하는 정겨운 이름 뒤에 형이나 누나, 언니, 오빠하는 기분 좋은 호칭만 남는다.

 서로에게 '잘 자라고 있나'는 묻지만 '어떻게…'란 질문은 하지 않는다. 가슴으로 가족을 만든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른 성씨며 다른 생김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저 누구나의 어머니나 아버지의 눈으로 아이들을 본다.

 지난 2003년 33세대·57명이던 도내 가정위탁사례는 지난해 말 254세대·354명, 그리고 지난 26일 현재 285세대·393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실직 등을 이유로 한 가정해체가 늘어나면서 조부모. 친·인척은 물론 위탁가정에 맡겨지는 아이들도 늘고 있는 셈이다.

 양창근 행정지원팀장은 "가정위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보호자 역시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적잖다"며 "이런 행사들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가정위탁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 모범아동과 자원봉사와 후원 등을 통해 가정위탁사업을 지원해온 12명에 감사패가 전달됐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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