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신년호> 환경수도 이제 시작이다

 겉으론 보호 뒤로는 파괴…제주 환경 정책 '야누스'
 WCC 유치 세계자연유산 등재 등 환경수도 가능성 충분
 도민 공감대 기반 위에 차별화된 정책…'환경제주'만들어야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제주유치를 계기로 환경수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환경수도는 도시 전체가 친환경적인, 말 그대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다. 도시 이미지와 생활 방식을 바꾸는 작업인 만큼 준비와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환경수도 준비 출발선에 선 제주의 모습은 어딘지 조바심으로 가득찬 모습이다. 마라톤을 해야 하는데 단거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경수도로 첫걸음을 내딛는 변화와 도전 앞에 제주가 가지고 가야할 가치와 가능성을 타진한다.
   
 
  프라이브루크 친환경궤도전철 모습.  
 
 
 △제주 환경 마인드의 현주소

 지난 16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발표한 '2009 제주 환경뉴스'는 우울함으로 가득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 졸속 처리 및 절대보전지역 해제 논란, 한라산 및 비양도 케이블카 문제 등을 올해의 환경뉴스로 꼽았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0대 환경뉴스 중 좋은 뉴스는 WCC 제주 유치 뿐"이라며 "환경을 우선하는 척하며 환경파괴 정책을 일삼는 제주도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원인은 장기적인 환경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도정의 환경 마인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주도의 환경정책 시스템에 대한 부재도 문제다. 현재 환경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통제할 컨트롤 타워가 전무, 각 부서별로 제각각 환경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며 환경부서의 인원 부족과 전문성 결여 등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도민들 역시 에너지 절약 등 기초적인 친환경 노력 조차도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경 선진국에서 배운다

 환경수도하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독일 프라이부르크다. 면적 153.06㎢, 인구 22만여명(2008년 기준)이 사는 이곳은 태양광 주택, 친환경 교통시스템 등 도시 모든 곳이 친환경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저에너지 건축'만을 허가하는 조례를 제정·시행해 태양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기업과 가정에 대해 보조금과 저리 융자를 제공,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보봉(Vauban)지구는 가정에서 65㎿/㎡이상 에너지 난방 이용을 금지하는 기준을 건축물에 적용, 가구당 평균 에너지 소비를 80%를 감소시키고 연간 2100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교통정책도 눈길을 끈다. 도시 전체에 160㎞가 넘는 자전거 도로를 구축하고 대중교통체계를 개선,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교외역에 주차장을 설치해 불필요하게 자동차가 도심으로 집입하는 것을 억제함과 동시에 버스와 연계한 단말 시스템 구축도 우수하다. 

 기후변화대응 해외 모범도시 벤치마킹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프라이부르크시는 지난 1980년부터 지금까지 대중교통 이용자가 100% 증가했으며 자가용 이용률은 지난 1982년 38%에서 1999년 32%로 감소했고 매년 수치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사인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환경수도로서 프라이부르크는 도시의 하드웨어(에너지, 교통 등)와 소프트웨어(제도, 시민의식, 자치) 등 모든 측면에서 에너지 자립형의 생태도시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는 환경친화적인 제도적 기반 아래 주민들이 자의식적 실천이 더해진 결과"라고 강조했다. 
 
 △제주, 환경수도 가능성과 과제

 도는 지난 00일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세계 환경수도 조성'을 비전으로 환경수도 조성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도는 환경수도 조성 목표를 2019년으로 설정하고 환경자원과 환경의식이 결합된 진정한 환경수도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의 이번 정책 설정에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WCC 유치는 환경수도 조성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세계자연유산 등재, 람사르습지 등록 등 세계적인 환경자원 역량 역시 후광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3년전 환경수도를 선언한 경남 창원시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창원시는 오는 2020년까지 3단계 중장기 계획을 마련, 우리나라 공영자전거 1호인 '누비자'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자발적인 환경 운동 등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제주가 환경수도로 가기 위해선 도민 공감대 기반을 구축하고 행정에선 차별화된 환경 정책들을 제시, 전세계인들에게 지속적으로 '환경 제주'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속하지만 차분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송시태 곶자왈사람들 상임대표는 "환경수도라는 이미지는 단순히 자연 환경과 기존 정책들로는 형성되기 힘들다"며 "전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환경 도시 구축을 위해 민간과 행정의 환경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은 기자 kd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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