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기공식 농성장에서 주민 50여명 연행
제주군사기지범대위 등 기자회견 열고 석방요구
해군, 강정주민 국방부 소유 토지 무단점거 주장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18일 새벽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주민 수십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은 다음달 5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참석할 예정인 제주해군기지 건설 기공식 행사준비를 위해 18일 오전 시공업체와 함께 기공식장 정리 작업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강정주민들은 지난 6일부터 기공식 예정지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하며 해군기지 관련 행정소송이 끝난 뒤 기공식장 조성 공사 등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은 지난 14일 강정마을회측에 '국방부 소유 토지 내 무단 점거 및 사용 금지 요청' 내용증명을 발송한 후 경찰에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은 18일 오전 5시께 6개 중대 500여명의 경찰력을 대거 동원해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양홍찬 강정 마을회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 등 마을주민 51명을 업무방해 및 불법점거 등의 혐의로 연행했다. 이날 연행된 강정주민들은 현재 서귀포경찰서 23명, 제주시 동부경찰서 18명, 서부경찰서 10명씩 분산 수용돼 조사를 받고 있다.

또 연행과정에서 일부 강정마을 주민들이 부상을 입고 인근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고 있어 경찰의 연행이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 제주군사기지범대위·강정마을회·천주교평화의섬특위·평화를위한그리스도인모임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된 강정주민들의 석방 등을 요구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고병수 신부는 "기공식에 참석할 고관대작들의 편한 걸음의 위해 평탄작업 등 사전 준비를 하면서 '걸림돌'로 지목된 주민들을 '제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 신부는 "이날 기습 연행된 강정주민을 석방하지 않으면 우리는 구속될 각오로 싸울 것"이라며 "해군이 공권력을 동원해서 마을 주민을 연행한 것에 분노하고 통탄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경찰은 이날 기공식장 공사 강행을 항의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까지 연행하면서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전 10시30분께 고유기 제주군사기지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경찰에 연행됐고,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천주교 제주교구 소속 신부들이 경찰에 의해 강제 격리됐다.

이은국 제주해군기지 사업단장은 "현재 강정마을주민들이 농성을 하는 곳은 국방부 소유의 토지"라며 "국방부 소유의 토지에 무단으로 들어온 강정주민들은 모두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주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고, 군인인지 모르겠다"면서 "차라리 총을 들고 들어와 주민들을 겨누고 공사를 하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공사업체는 해군기지 기공식 예정지에서 굴삭기 등을 동원해 공사를 하고 있으며, 범대위와 강정주민들은 해산된 채 경찰과 대치 상태에서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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