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품목 품절·대체품목 판매…‘미끼 상품’ 전략 아니냐

 대형마트들의 가격인하 전쟁이 불붙고 있다.

 하지만 가격인하 일부 품목은 품절되거나 대체품목으로 판매하는 등 '미끼 상품'을 내세운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7일 국내산 삼겹살 등 12개 생필품 가격을 인하키로 하고 이후 켈로그 콘푸로스트 등 10개 품목을 추가 할인키로 했다.

 이에 따라 연이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경쟁사간 '최저가' 마케팅이 시작됐다.

 그러나 과열 경쟁이 계속되면서 각 대형마트들이 저가에 내놓은 생필품이 일찌감치 동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17일 오후 6시 이마트 신제주점에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쇼핑 고객들의 '헛걸음'이 이어졌다.

 주부 김진아씨(33)는 할인 품목인 서울우유(2.3ℓ·3820원)를 사기 위해 진열대를 뒤졌지만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김씨는 "값은 내려가고 있지만 어제도 우유가 없었다"며 "우유 사러 왔다가 괜히 다른 물건을 구매, 돈만 더 들었다"고 토로했다.

 CJ 햇반(210×3·2980원) 또한 이날 30여개의 물량이 들어왔지만 6시 이전에 모두 팔려나가면서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다.

 특히 품절된 상품은 광고내용과 다른 규격의 대체품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비트(2.1㎏×2·8400), 오리온초코파이(24개입·4580원)는 공급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용량과 규격을 바꿔 비트 4.2㎏·6840원, 오리온초코파이 18개입·3840원으로 판매하고 있다. 해태고향만두(1228×4580원)도 같은 업체이나 규격을 달리해 팔고 있다.

 또한 국내산 삼겹살(100×980원)은 제주지역에서는 할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도내에서는 제주산 돼지고기만을 취급할 수 있는 점을 감안, 도내 이마트는 7일부터 일주일간 제주산 삼겹살을 할인 판매했다. 그러나 공급물량 때문에 일주일만에 중단하고, 대신 수입산 돼지고기·쇠고기 등의 가격을 내렸다.

 롯데마트 역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E 할인점 신문광고와 비교해도 확실히 쌉니다'를 내걸고 이마트가 할인 중인 유사 품목에 대해 가격을 할인하고 있지만, 일부 품목은 다 팔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롯데마트 모 직원은 "이마트가 할인한 제품과 중량이 다를 경우 동일 중량으로 환산해 실시간으로 가격을 할인하고 있다"며 "날이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면서 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최근 가격경쟁에 대해 고객을 유혹하려는 미끼상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 신제주점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마트가 판매하는 상품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하하려 했던 것인데 업체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단순히 손님을 끌기 위한 시도로 비쳐져 안타깝다"며 "소비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충분한 물량확보를 통해 연중 인하하는 품목수를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네 중소할인마트는 대형마트간 가격전쟁으로 인해 손님이 줄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모씨(51)는 "대형마트와의 경쟁을 포기한지 오래지만 대형마트의 가격 인하가 시작되고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당장에 가격은 내려가서 소비자들에게 좋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지역 상인들의 경영난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경희 기자 ari123@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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