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올레, 관광상품을 넘어 문화로

   
 
  사유지에 막혀 있는 올레코스  
 

지역특화된 ‘올레문화 만들기’ 행정·전문가·도민 협력 절실
올레길 막는 사유지 마찰 및 쓰레기 문제 등 해결방안도 필요

제주 올레가 지난해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전국 각지 올레꾼들이 제주로 몰리면서 제주 관광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사유지로 막힌 올레와 각종 쓰레기 문제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올레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올레를 통한 제주 관광을 완성시키기 위해 '올레 문화' 만들기 등을 통해 제주의 삶과 원형을 복원해야 한다.

지난 31일 오전 9시 제주 올레 제17코스의 시작점인 외돌개 주차장에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였다. 올레꾼들은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외돌개 입구 숲길을 걷기 시작한다.

외돌개를 지나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30분 가량을 가다보니 서귀포여자고등학교 앞 도로에 이르렀다. 해안을 감상하다 맞닥뜨린 아스팔트길이 어울리지 않는다.

올레꾼들은 지난해 5월까지 돔베낭골에서 속골로 이어지는 해안가를 걸었다. 그러나 돔베낭골에서 속골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리조트를 소유한 대기업이 사유 재산권 행사를 이유로 이곳을 막아, 올레꾼들이 서귀포여자고등학교 앞길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유지를 지나는 올레 코스에서 토지주의 재산권 행사에 따른 마찰을 빚는 곳은 7코스 종착지인 월평포구 인근에 있는 길, 7-1코스 엉또폭포 가는 길, 8코스 '마농밭(마늘밭) 올레', 9코스 가운데 대평 포구에서 화순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조슨 다리' 등이다.

제주 올레 7코스의 '옥의 티'로 지적된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 속골에 이르자 올레꾼들이 속골을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탁트인 바다 위에 누워있는 범섬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양민지씨(37·대전시)는 "지난해 봄 제주 올레 7코스를 걸었을 때는 도로를 지나지 않고 이곳 냇가(속골천)로 왔다"며 "친구들과 다시 7코스를 찾았는데 중간에 길이 막혀 도로를 지날수 밖에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또 올레길에 대한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 올레가 전국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올레꾼들이 올레길로 몰려들면서 빈 물병, 과자 봉지 등 쓰레기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귀포시와  ㈔제주올레가 깨끗한 올레길을 만들기 위해 희망근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 등을 동원해 해안가를 중심으로 올레길 청소에 인력을 투입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또한 서귀포시와 ㈔제주올레는 '깨끗한 올레길 만들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올레길 쓰레기 3불(不)운동, 올레길 전담 환경정비 인력 운영, 올레 안내소 쓰레기봉투 비치, 읍면동장 책임 점검제 실시, 시민·사회단체 동참 운동 전개 등 5대 과제를 선정했다.

제주 올레가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과 ㈔제주올레가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올레 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단순히 올레길을 개척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 등을 넘어 옛 제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복원하고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올레 인근에 건물 등을 건축할 때 자연경관과 어울리게 하기 위해 조경·건축·문화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올레자문단을 구성, 올레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윤주형 기자 yjh153@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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