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 앞둔 도내 유통가 표정
오일장·재래시장, 수산물·과일 등 제수용품 준비 고객으로 북적
대형마트 등 선물세트 구입 많아…1만~2만원대 저가실속형 인기
경김침체로 알뜰구매 경향…상인들 “이

"삼촌, 좋은 걸로 줘요. 기분 좋게 2개에 1700원에 주세요"

"산지에서 가져온거라 다른 데 보다 싸고 싱싱해요"

7일 설 명절을 5일 앞둔 제주시 오일장. 설 제수용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활기가 넘쳤다.

오일장 입구에서는 장터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엿장수의 '엿가락'이 사람들을 반기고, 손님과 상인들 사이에는 '값'을 놓고 한창 흥정이 벌어졌다.

10년째 과일 장사를 하는 박형심씨(52·여)는 "조금 더 깎아달라"는 손님의 말이 즐겁기만 하다.
박씨는 "설 대목이고 주말이라 손님이 더 많다"며 "오늘 오전만 20만원~30만원어치는 판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배 1만원어치를 구입하면서 박씨와 가격 흥정을 벌이던 주부 고심옥씨(42)는 "제사 손님만 20명이 넘다 보니 설 제수용품 구입만 4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시장이 마트보다 싸고 물건이 좋아 일부러 찾았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날  설 제수용품으로 사과·배·옥돔 등을 구입, 장바구니가 가득했다.

"양파 1망에 얼마에요" 각종 채소를 파는 고영수씨(64)도 값을 묻는 손님에 대답하랴, 구매한 물건을 비닐봉투에 담으랴 정신이 없었다.

산지에서 직접 물건을 떼온다는 고씨네 좌판을 찾은 손님들은 "채소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여기에 오면 1000원 이상은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며 입을 모았다.

고씨는 "11시까지 100만원어치는 팔았다"며 "우리는 1000원어치도 달라면 주고, 더 달라면 더 준다. 이런 게 '장터의 맛' 아니겠냐"고 목청을 한 껏 높였다.

수산물 시장도 발디딜 틈이 없었다. 상인들마다 생선 손질에 손이 바쁘다.

홍민표 제주시민속오일시장 회장은 "설빔같은 풍습은 사라져서 옷이나 다른 물건들은 매기가 일지 않지만 과일, 야채, 어물전은 언제나 붐빈다"며 "차량행렬이 이어지는 등 설 대목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 역시 제주산 옥돔, 갈치 등 수산물을 사러 온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과일, 채소, 건어물 등을 파는 가게를 찾는 손님도 늘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서 수산물 장사를 하고 있는 김경희씨(42·여)는 밀려드는 생선 주문으로 눈 코뜰새가 없다.

김씨는 "선물용 생선을 찾는 사람들이 특히 많다"며 "택배로 보낼 물건을 손질하느라 분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지 소비자들의 지갑은 쉬이 열리지 않는 듯 했다.

과일 상인 김정미씨(34·여)는 "부쩍 오른 물가에 물건을 만져보고 고르기만 할 뿐 사는 사람은 기대만큼 많지 않다"며 "추석만 못하고, 예년만 못한 건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마트엔 짧은 설 연휴로 귀향 대신 선물로 인사를 전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설 선물세트코너로 고객들이 몰렸다. 이마트는 6900원부터 1만원대 저가형과 1+1 실속형 상품을 진열, 손님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봉범 이마트 신제주점 부점장은 "고가보다는 1~2만원대 중저가형 상품을 많이 찾는다"며 "8일부터 설 전까지 판매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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