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가정문화원 24~26일 경주 일원서 '다문화가정 자녀 역사탐방'
자료 수집 통해 직접 교재 제작…"더 많은 아이들에 기회 줬으면" 바람도

   
 
  ▲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다문화가정 자녀 역사탐방'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이 사전 교육을 받고 있다.  
 
수환이(12·백록초 4)는 벌써 며칠 잠을 설쳤다. 책이랑 TV, 인터넷에서만 봤던 첨성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멋져 보였는데…" 개구쟁이 표정에 기대감이 가득이다.

유정이(11·광령초 4)의 일기장도 며칠째 역사탐방 얘기로 도배가 됐다. 제주를 떠나 바깥나들이를 한다는 사실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가방만 풀었다 싸기를 몇 차례. 보다 못한 베트남 엄마가 "그만 하라"는 핀잔을 줬지만 씩 웃는 것으로 넘어간다.

제주국제가정문화원의 '다문화가정 자녀 역사탐방'이 오늘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열린다. 애월읍 지역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 80명 중 초등 3~6학년까지 19명을 선별해 탐방단을 꾸렸다.

국제가정문화원은 몇 년 전부터 역사 탐방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1회성 행사'등의 지적으로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워 사업계획서는 책상 서랍에서 뽀얗게 먼지투성이가 됐었다.

하지만 2010년도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꿈을 이루게 됐다. 깊이 있는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참가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우리 역사 바로 알기」란 제목의 교재도 직접 만들었다. 신라의 고도 경주에 대한 자료를 발로 찾아다니고 사전 교육 등을 통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전문적 지식을 보충해줄 현장 역사 해설사도 섭외하고, 현지 진행을 도와줄 5명의 도우미까지 확보했다. 저녁 시간 진행될 토론에, 다녀와서 작성할 평가서까지 '특별한' 역사탐방의 조건을 하나하나 갖췄다.

앞서 지난 8~10일 다문화가정 6팀·24명의 선발대가 역사탐방에 참여해 현지에서 진행된 '부부 행복 만들기'등에 높은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하는 등 기대감이 크다.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 원장은 "가정에서 다 채워지지 않는 궁금증의 빈자리를 아이들이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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