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20세 동갑내기가 지난 4년간 벌여온 라이벌전은 김연아(고려대)의 첫 올림픽 금메달로 점철됐다.

김연아는 26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진정한 ‘피겨여왕’으로 등극했다.

오랜 세월 김연아의 왕좌를 탐했던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는 올림픽 금메달을 놓쳐 2인자에 머물렀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라이벌전을 뜨겁게 달궜다.

일본의 ‘신동’, 뒤늦게 ‘여왕’을 발견하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인들의 시선은 ‘신동’ 아사다에게 집중됐다. 아사다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29)에 이어 일본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강세를 주도할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2005년 주니어 부문에서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를 석권하며 입지를 다졌다. 주니어 선수로서 마지막 출전이었던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김연아에게 1위를 빼앗겼으나 꾸준히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시니어로 전향한 2006년 가을부터 판세가 뒤집혔다. 마지막 주니어 무대에서 정상을 밟았던 김연아가 가파른 곡선으로 추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6~2007시즌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 시니어 첫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파이널 대회를 포함해 7번의 그랑프리를 연속 석권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4번의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중 3번의 정상을 밟으며 절대 강자로 올라섰다.

아사다는 2008년 12월 경기도 고양 대회에서 처음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타이틀을 거머쥐며 체면을 살렸다. 그러나 자신의 독무대였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최근인 2009년 김연아에게 정상을 내주며 분루를 삼켰다.

김연아를 넘기에는 부족했던 아사다의 뒷심

김연아는 지난 시즌까지 근소한 격차로 추격했던 아사다를 올 시즌부터 큰 차이로 따돌렸다. 기량상승과 좋은 프로그램 선정이 주된 이유였으나 아사다의 자진 몰락도 한몫했다.

김연아는 올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해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210.03점으로 세계 최고점을 다시 썼다. 반면 아사다는 올 시즌 첫 출전이었던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150.28점을 받는데 그쳤다. 김연아보다 60점 가량 뒤진 점수였다.

아사다는 프로그램 교체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며 시즌 내내 자취를 감췄다. 김연아가 지난 시즌 아사다에게 빼앗겼던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정상을 되찾아온 것도 이 때였다.

아사다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첫 날이었던 지난 24일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를 4.72점 차로 추격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그러나 26일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