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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아이들의 민다나오 평화여행 ②진정 원한다면 모두가 친구- 미리 만난 민다나오, 미리 사귄 친구 '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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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10 (수) 18:13:01 | 승인 2010-03-10 (수) 18:13:01
   
 
  ▲ 마을을 떠나던 날, 배웅 나온 친구 ‘아키’  
 
곶자왈 아이들의 민다나오 평화여행 ②
진정 원한다면 모두가 친구- 미리 만난 민다나오, 미리 사귄 친구 '아키'

곶자왈작은학교는 2008년 한 해 동안 '분쟁지역 평화도서관 프로젝트'를 통해 모금한 한 돈을 필리핀 민다나오의 까미귄 에니그마타 트리하우스의 소리도서관과 부키드넌 송코평화센터의 음악도서관을 짓는 데 보내기로 했다. 현지에 그 소식을 알리자 그곳에서는 이왕이면 프로젝터와 디지털 카메라, 학용품 따위 자기들이 당장 필요한 물품으로 보내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2008년 11월에 나는 물품을 들고 민다나오로 떠났다. 까미귄 섬, 딸란디그 마을, 다바오로 이어지는 3주 동안의 민다나오 평화여행.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의 네트워크인 '이매진피스'와 중등 대안학교인 '제천간디학교' 4학년 학생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다.<전문>

# 아키 "I'll be missing you"


민다나오에서 원주민과 무슬림 지역 주민들은 산간의 오지나 무슬림 자치주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정부, 기독교와의 오랜 분쟁 때문에 공동체가 붕괴되고 전통문화의 보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원주민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사라져 가던 전통문화를 다시 되살려낸 평화의 부족이 있다. 바로 민다나오 부키드넌주 산간지역 송코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딸란디그 부족이다. 나는 엿새 동안 그 마을에서 지냈는데 무척 행복했다. 아름답고 색다른 풍경들, 삶과 전통이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와 그것을 애써 지키려는 부족 사람들, 한국 사람들 눈으로 보면 참 불편한 게 많겠다 싶은데도 늘 행복한 표정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민다나오의 내 어린 친구, 아키(당시 10세)가 건네준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마을에서 지낸 엿새 가운데 나흘은 아키랑 많이 어울려 지냈다. 피스 홀 마당에서 손가락 씨름을 하고, 한국 동요도 부르고 말이다. 비가 쏟아지는 전통학교 처마 아래에서는 노래와 춤을 섞어서 한국말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아키 엄마가 보내준 과일 '달란단'을 마을 아이들과 맛있게 나눠 먹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짠하게 했던 건 송코를 떠날 때 마을 어귀까지 따라 나온 아키가 나에게 건넨 선물이었다. 아키가 손수 흙으로 빚은 조각과 꾸빙(대나무로 만든 작은 악기), 그리고 다바오까지 다섯 시간 걸리는 버스 안에서 먹으라며 준 과일. 그 과일이 담긴 비닐봉지 겉면에 오려붙인 종이에 또박또박 눌러 쓴 글씨, "CHALGAYO, TOMANNAYO" 그리고 아키가 내게 건넨 마지막 말은 "I'll be missing you"였다.
   
 
   
 


#만남에 이유는 없다 


민다나오를 다녀온 뒤에 곶자왈 아이들에게 민다나오 여행 사진을 보여주며 아키와 함께 지낸 일들도 얘기해 주었다. 아이들은 언어도 잘 통하지 않고, 나이 차이도 너무 나는 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서로를 존중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만 있다면 국경·언어·문화·피부·나이 같은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민다나오 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나는 언젠가 제주의 어린 친구들과 아키를 비롯한 아시아의 어린 친구들이 함께 한국을 여행하고 필리핀을 여행하고 아시아를 여행하는 날을 꿈꾸었다. 곶자왈 아이들도 나와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도 거기에 가서 직접 악기도 만들어 보고 연주도 해 보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 머털도사처럼 같이 놀고, 춤추고, 즐기고 싶고, 분쟁 지역인 그곳에 도움을 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돈도 모아서 거기를 위해 기부를 할 것이다. 아, 나는 정말 민다나오에 갈 수 있을까?"

그리고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진다. 올해 1월 곶자왈작은학교가 시작한 아시아 여행학교의 첫 여행지가 바로 아키가 살고 있는 민다나오였다. 더욱이 제주의 아이들과 아키는 12일 동안 함께 여행을 할 것이다. 아키와 헤어질 때의 마음, 여행을 다녀와서 다짐했던 일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쁘다. 무엇보다 제주의 아이들과 아키, 그리고 민다나오 아이들이 친구가 된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

문용포 / 곶자왈 작은학교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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