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정종훈 감독의 4·3영화 ‘꽃비’ 27일 제주 시사회
부담되고 무거워서 알려지지 않은 것의 상징적 재조명 시도

   
 
   
 
조금은 자극적인 마지막 장면이 지나가고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극장 안에서는 어떤 미동도 느낄 수 없었다. 잠깐의 여운 뒤 쏟아진 박수 소리는 젊은 제주 감독이 무대에 설 때까지 계속됐다.

제주4·3을 다뤘다는 것으로, 또 이제야 갓 30살이 된 정종훈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관심을 끌었던 영화 ‘꽃비’제주시사회가 27일 오후 제주영상위원회 내 예술극장에서 열렸다.

4·3이 소재이기는 하지만 작품 속에서 4·3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 고교에서 여학생(제주도)을 두고 벌어지는 두 남학생(남과 북) 간의 싸움, 그리고 전학생(외세)의 개입으로 증폭되는 갈등은 제주 4·3의 발발 배경과 그로 인한 상처를 상징적으로 재조명했다.

정 감독은 시사회 뒤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부담스럽고 무거워서 알려지지 않는 것보다는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찾게 유도하고 싶었다”며 “중립된 시각에서 관객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하고 싶었고 앞서 진행된 서울 시사회 이후 4·3을 알고 싶다는 질문을 많이 받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4·3을 알고 있는 제주 시사회에 대한 부담에 대해서도 정 감독은 “부족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더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많았다”며 “제주사람이라는 정의감에서 만들었지만 사실 4·3당시 제주 얘기를 많이 담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놨다.

   
 
   
 
“다시 4·3을 다루게 된다면 그런 부분을 더 감안하고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뗀 정 감독은 “다음 4·3작품은 실제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비극을 희극화하고 싶다”며 “증언자료를 더 많이 수집하고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품을 하는 동안 배우는 물론 스테프들과 4·3과 관련한 자료를 공유하고 직접 느끼는 과정을 거쳤다. 내달 1일 개봉(제주 롯데시네마)이후에는 4·3위령제 등에 참석해 또 다른 4·3느끼기에 들어간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 정 감독은 “꽃비가 제주에서 만큼은 ‘4월 영화’로 기억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